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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고 펼치니 책이 로봇으로… 아이 책도 인터랙티브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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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고 펼치니 책이 로봇으로… 아이 책도 인터랙티브가 대세

입력
2019.01.03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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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의 첫 책'의 한 장면. 이 책은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는 문제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문학동네 제공
'와우의 첫 책'의 한 장면. 이 책은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는 문제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문학동네 제공

인터랙티브(Interactive) 기법은 디지털만 가능하다? 고정관념을 깨고 전통 매체 중의 전통 매체라 할 수 있는 책에도 인터랙티브 기법이 접목되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가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제 각기 다른 결말을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선보인다면, 아이들 책은 이야기 구성, 책 자체의 변형 등을 통해 책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문학동네는 2017년 ‘와우의 첫 책’에 이어 지난해 말에도 ‘순재와 키완’을 문학동네어린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식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두 책 모두 ‘인터랙티브’ 특성이 도드라지는 책이기 때문이다.

‘와우의 첫 책’은 어느 작가가 하다만 이야기를 개구리 와우가 이리저리 이어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책엔 6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이 이야기들이 안 이어진 별개의 얘기인 듯 하면서 또 하나의 이야기인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포인트는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다소 황당하고 이상하더라도 이야기를 어떻게 재조립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순재와 키완’ 역시 두 아이가 만난 괴물에 대한 이야기다. 기이한 이야기를 눈 앞에서 말해주듯 구성해뒀으면서도 책 중간중간에 뿌려둔 단서들을 종합해서 다시 책을 읽어야 하는 특이한 구성이 화제를 모았다. 이복희 부장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호소력을 갖기 위해서는 인터랙티브한 구성이 필요하다”면서 “책은 인쇄된 문장을 토대로 삼기 때문에 문체, 설정, 구성 등을 세심하게 가다듬어야 하기에 어려움이 더 많다”고 말했다.

'순재와 키완'. 이야기 중간에 뿌려둔 단서를 다시 재조립하게 만드는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문학동네 제공
'순재와 키완'. 이야기 중간에 뿌려둔 단서를 다시 재조립하게 만드는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문학동네 제공

그림책 쪽은 더 파격적이다. 글이 드문, 그래서 서사성이 덜한 편인 그림책은 예전부터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지고 느껴보는데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로봇 소스' 책. 확 펼쳐 책 자체를 변신시킨다. 이마주 제공
'로봇 소스' 책. 확 펼쳐 책 자체를 변신시킨다. 이마주 제공

가령 ‘로봇 소스’(이마주)는 로봇으로 변신시키는 과정을 다루는 책인데, 책을 접고 펼치고 하다가 결국엔 책을 거꾸로 뒤집어 책 자체를 로봇으로 변신시킨다. 문주선 편집자는 “이런 책의 경우 스토리와 활동의 결합은 물론, 직접 책을 만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종이의 질감 등 세세한 부분까지 다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온 초대장'. 종이접기는 부록처럼이 아니라 이야기와 통합 배치해뒀다. 한솔수북 제공
'우주에서 온 초대장'. 종이접기는 부록처럼이 아니라 이야기와 통합 배치해뒀다. 한솔수북 제공

‘우주에서 온 초대장’(한솔수북)은 책 중간에다 종이 만들기를 넣어뒀다. 종이 만들기라면 대개 책 맨 끝에 부록처럼 붙여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중간에 독자가 책의 주인공과 함께 우주선을 만들어 그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떠난다는 방식 등으로 이야기와 만들기를 통합해뒀다. 최현정 편집자는 “책 속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활동을 이끌어내면 재미있겠다는 게 기획의도였다”면서 “이런 구성 자체가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어서 실제 강연 같은 곳에 가면 각자 상상하는 행성 만들어보기, 외계인과 만나보기 등의 활동으로 이어져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아이들이 차분하게 서사를 따라가도록 하는 게 아이들 책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책 같지가 않다, 뭔가 만들다 만 책 같다, 라는 식의 평가도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본격적인 독서로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 단계쯤으로 간주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책을 만드는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전통적인 책, 그렇지 않은 책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책의 다양성으로 봐주세요!” 편집자들의 외침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김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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