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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신장기증 수술 앞두고 행복한 ‘세탁소 아저씨’

입력
2019.01.02 20:00
수정
2019.01.02 20:3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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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서 세탁소 운영 안병연씨

“건강해서 기증 가능하다니 감사

생명 나누고 떠난 큰누나 뜻 이어

가족들 모두 사후 기증 서약”

3일 신장기증수술을 앞두고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안병연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3일 신장기증수술을 앞두고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안병연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장기 기증할 수 있어 감사하죠.”

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안병연(59)씨는 한층 들떠있었다. 그는 다음날 오후 생면부지에게 콩팥을 선물하는 수술을 앞둔 올해 첫 순수 신장기증자다. 경기 수원시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안씨는 “지난해 6월 순수 장기 기증에 서명한 뒤 집으로 돌아오며 펑펑 울었다”고 했다. “건강의 축복을 받아 한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해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001년부터 17년간 만성신부전을 앓아 온 장모(60)씨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안씨가 3일 수술대에 오른다고 2일 밝혔다. 장씨는 1999년 신장결핵으로 갑작스레 쓰러진 뒤 지금까지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투병 생활을 지속했다.

안씨의 기증 결심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큰누나가 있다. 2002년 여름 누나 안병윤(당시 63)씨가 충북 제천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트럭에 치이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갑작스런 소식에 황망하던 와중, 동생 안씨가 사후 장기 기증을 제안했다. 누나의 생전 뜻이었다. 동생 안씨는 “사고가 있기 8개월 전 가족들과 경북 경주시 여행을 가서 사후 장기 기증 이야기를 꺼냈다”며 “’내가 죽어도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은 살아 움직이지 않느냐’는 뜻에 모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큰누나는 신장과 각막 등 장기 4개와 뼈를 기증하면서 숨을 거뒀다.

누나가 생명을 나눠준 다음 안씨의 삶도 바뀌었다. 수원시 연무동 나눔의집에서 노숙자 무료 급식봉사를 시작했고, 67번의 헌혈을 했다. 그래도 안씨의 마음은 뭔가 허전했다. 1998년 사후 장기 기증 신청을 했지만, 생전에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 한편에 들었던 것이다. 안씨는 “헌혈 전 검사를 하면서 장기 기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부자가 아닌 내가 줄 수 있는 게 이 몸밖에 없어서 신장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가족 모두 안씨를 말렸지만,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 지금은 그의 가족 모두 사후 장기 기증을 서약했을 정도다.

안씨는 자신을 보며 힘을 얻은 누군가가 장기 기증에 나서길 바란다. 지난해 기준 순수 신장기증자는 단 4명뿐. 과거 연간 30명이 넘을 정도로 활발했던 장기 기증도 지금은 많이 주춤해졌다. 안씨는 “간 이식은 완전 회복까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고 쉬워졌다”라며 “누군가 나를 통해 장기 기증에 관심을 가져, 꺼져가는 한 생명이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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