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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경제인] GM 철수로 적자... 공장 문 닫을 판에 공장을 고쳤다

입력
2019.01.03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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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를 극복한 오뚝이 경제인 

 <3>전광일 카라 대표 

 한국GM 폐쇄로 파산 위기… 6개월만에 물량 쇄도 ‘반전 드라마’ 

전북 군산의 자동차 협력업체인 카라의 전광일 대표가 지난달 27일 사무실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전 대표는 "살려는 의지가 강한 중소기업들을 정부가 적극 발굴해 지원해 주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이대혁 기자
전북 군산의 자동차 협력업체인 카라의 전광일 대표가 지난달 27일 사무실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전 대표는 "살려는 의지가 강한 중소기업들을 정부가 적극 발굴해 지원해 주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이대혁 기자

7~8개월 간 매달 1억5,000만원 적자, 주문 감소로 3개 생산라인 가동 모두 중단, 50명이던 임직원 19명까지 감축,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파산까지 고려….

전북 군산에 위치한 자동차 2차 협력업체 ‘카라’가 불과 얼마 전까지 겪은 이야기다. 현대중공업, 한국GM이 잇따라 철수하며 군산은 조선ㆍ자동차 협력업체의 ‘무덤’이 됐다. 특히 작년엔 이 지역 자동차 협력업체 30% 이상이 줄도산했다. 군산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꼽힌 이유다.

카라도 그런 전철을 밟을 기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되레 인력을 36명까지 늘리고 멈췄던 생산라인을 힘차게 돌리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위기대응지역 우수 중소기업으로도 선정됐다. 반년 만에 드라마틱한 반전 드라마를 쓴 전광일(59) 카라 대표를 지난달 27일 만났다.

 ◇한국GM 기울자 ‘직격탄’ 

자동차 범퍼 등에 도료를 뿌리는 도장업이 주력인 카라는 2000년 전북 정읍에서 출발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되자 2003년 군산에도 공장을 세웠고 2006년엔 별도 법인으로 독립도 했다. 한동안은 기술력을 인정 받아 물량도 많았고 관련 특허도 10여개 보유할 만큼 기술력도 쌓았다.

하지만 5년여 전부터 한국GM이 기울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전 대표는 201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군산 공장 3개 생산라인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한국GM의 1차 협력사들도 무너지는 상황에서 물량을 주는 곳이 없었던 탓이다. 한달 7,000만원에 달하는 원리금 상환은 버거웠고, 직원 임금조차 빌릴 곳이 없었다. 적자에 허덕이던 전 대표는 결국 파산을 생각했다. 작년 2~3월엔 군산, 전주, 광주 지역의 파산 전문 변호사와 법무사들까지 찾아 다녔다. 도와준 사람들과 직원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덜 가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전 대표는 “집까지 담보가 잡혀 있어 파산하면 방 한 칸 구할 돈도 안 나왔다”며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어차피 파산해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가족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고 격려했다. 전 대표는 “차라리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니 더 나빠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백방으로 만기연장을 호소하고 다녔지만 ‘비올 때 우산 뺏는’ 은행들은 고개만 가로저었다. 하지만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선포되니 원리금 상환이 유예됐다. 전라북도와 군산시의 특례 보증 혜택도 받아 급한 대로 5억원 상당의 운영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물량이었다. 빚 상환 부담만 줄었지 파산 위험은 여전했다. 뭐라도 해보자 했을 때 전북 테크노파크의 공정ㆍ환경개선 사업 자금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어차피 공장도 쉬는데 환경이라도 변화시켜보자 생각했다. 공장 구석구석을 고치는데 몰두하니 다른 걱정은 잠시 잊혀졌다.

 ◇벼랑 끝에서 찾아 든 기회 

3개월 남짓 공장 환경개선을 끝내자 생각지 않던 기회가 왔다. 8월께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온 “10월부터 유럽형 중소형차를 생산하는데 납품이 가능하냐”는 의뢰였다. 고민할 상황이 아니었다. 문제는 현대ㆍ기아차 협력사인증평가제도 SQ(Supplier Quality)를 거쳐야 하는 것이었는데, 앞서 진행한 환경개선이 큰 도움이 됐다.

한번 풀리니 다른 1차 협력업체에서 11개 차종 부품 납품 의뢰가 들어왔다. 줄였던 인력을 다시 늘려야 했다. 전 대표는 “이후 17명을 뽑았고 현재도 추가로 뽑아 50명선을 회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카라의 반전 드라마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생산라인 1개를 풀로 가동하는 상황이다. 크게 줄긴 했지만 적자 규모는 여전히 월 2,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기회는 더 많아졌다. 지난해 20억원에도 못 미치는 매출도 올해는 100억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앞으론 인력도 80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GM우즈베키스탄 공장에서 납품 의뢰가 들어와 현지 진출도 모색 중이다. 한국GM 임원 출신이 포함된 연구ㆍ개발 인력도 충원해 독특한 라디에이터 그릴(차 앞부분 공기를 받아들이는 통풍 장치) 디자인을 곧 내놓아, 해외 판로도 뚫을 계획이다. 전 대표는 “사훈이 ‘해보자. 할 수 있다’인데 어려웠을 때 잠시 잊었었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군산=글ㆍ사진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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