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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현대카드, 섬 가파도의 자립을 그리다

입력
2019.01.06 18:00
수정
2019.01.06 20:5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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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주민들이 2018년 11월 27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가파도 프로젝트'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가파도 프로젝트 전시는 올해 2월 28일까지 진행 예정이며, 가파도 주민 24명이 현대카드의 초청으로 전시장을 방문했다. 현대카드 제공
가파도 주민들이 2018년 11월 27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가파도 프로젝트'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가파도 프로젝트 전시는 올해 2월 28일까지 진행 예정이며, 가파도 주민 24명이 현대카드의 초청으로 전시장을 방문했다. 현대카드 제공

“우리 마을이 영 생겼어신게!(우리 마을이 이렇게 생겼구나!)”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특별한 손님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현대카드의 전시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를 찾았다. 제주도 남녘 작은 섬 가파도에 사는 주민 24명이 가파도를 주제로 한 전시를 보기 위해 서울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공간을 전시로 구성했다는 말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가장 먼저 가파도 상동과 하동의 포구와 마을을 비롯해 가파도 주요 공간을 100분의 1 사이즈 모형으로 만든 ‘가파도 아카이브’ 앞에 모여들었다. 주민들은 “우리 집 여기이신게”(우리 집이 여기 있네), “기 우리 강당인거 달믄게”(이게 마을 강당이구나)라며 익숙한 생활공간을 하나하나 즐겁게 찾아나갔다.

김경순(60) 전 가파도 해녀회장은 “큰 기대 없이 왔다가 현장에서 직접 보니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며 “살면서 모르고 지냈던 우리 마을의 많은 부분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해녀회장을 맡고 있는 이애심(57)씨도 “전시를 처음 보는 분들은 주민들의 일상과 전경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가파도에 한 번 와보고 싶어할 것 같다”고 행사 참가 소감을 전했다.

현대카드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지역재생사업 '가파도 프로젝트'를 진행한 가파도 전경.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지역재생사업 '가파도 프로젝트'를 진행한 가파도 전경. 현대카드 제공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15분가량 달리면 닿는 가파도는 면적 0.84㎢, 주민 170명의 작은 섬이다. 가장 높은 곳의 해발 고도가 20.5m에 불과한 나지막한 섬은 청보리밭로 뒤덮여 마치 청보리와 수평선이 맞닿아 있는 것 같은 광경을 연출한다. 매년 4월 열리는 ‘청보리 축제’에는 6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봄이 지나면 가파도는 다시 사람을 그리워하는 섬으로 바뀌었다. 특정 시기에만 가파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한철 손님을 맞기 위한 시설물들로 섬이 점점 훼손됐다. 관광에만 의존하고 일거리가 부족해지자 젊은이들은 섬을 떠났다.

가파도가 위기의 섬으로 내몰려 가던 2012년, 현대카드와 제주특별자치도청은 가파도를 새롭게 바꾸는 지역재생사업 ‘가파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건물을 짓고 도로를 내는 등 대대적인 개발에 나서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잘 가꾸는 데 집중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4월, 6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 가파도를 외부에 공개했다.

현대카드는 제주도청에 가파도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지키기 위한 변화’라는 사회공헌(CSR) 철학을 그대로 내세웠다. 가파도 특유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이식하고자 했다. 현대카드와 제주도청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파도 자연생태계의 회복과 유지 △자립적 경제시스템 구축 △지역과 문화의 공존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이동한 거리만 지구 열 바퀴에 이를 정도”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가파도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가파도 주민들과 수시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가파도 방문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 가파도 하우스. 현대카드는 철거 위기에 놓였던 가파도의 빈 집을 고쳐 숙박시설로 재탄생시켰다. 신경섭 사진작가 제공
가파도 방문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 가파도 하우스. 현대카드는 철거 위기에 놓였던 가파도의 빈 집을 고쳐 숙박시설로 재탄생시켰다. 신경섭 사진작가 제공

현대카드는 가파도의 자연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유지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가급적 새 건물을 짓기보다는 주민들이 섬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자연히 생긴 빈 집을 최대한 활용했다. 신규 건축물을 만들 때도 가파도 특유의 지형, 주변 가옥과의 조화를 따졌다. 주민 활용도가 낮았던 일부 도로는 생태 순환을 회복시키기 위해 과감히 자연 상태로 복구했다. 섬을 찾는 사람이 가파도 고유의 경관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대카드와 제주도청은 가파도의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주민들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가파도 재생 사업을 통해 여객선 매표소와 숙박시설, 스낵바 등 여행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생겼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농어업물 가공품의 판로가 구축됐다. 새롭게 탄생한 사업들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도록 했다. 가파도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섬에서 발생한 수익은 다시 지역에 환원되도록 한 것이다.

새로 조성된 가파도의 생태계가 지속가능하려면 문화적 가치가 발전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현대카드는 국내외 예술가와 문학가, 인문학자가 장기간 거주하면서 활동하는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약칭 AiRㆍ에어)’도 새로 만들었다. 본관과 2개의 별관으로 구성된 가파도 에어는 작가들의 숙소와 작업공간, 갤러리 등으로 구성돼 거주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하고 전시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4명의 예술가가 거주하고 있으며 현대카드는 최대 9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2월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지난 6년간 진행해 온 가파도 프로젝트를 조망하는 전시를 진행 중이다. 전시장에는 가파도 내 주요 공간의 모형과 함께 다양한 생태 조사와 주민 인터뷰 기록, 가파도 거주 아티스트들의 작업물 등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서울 한복판에서 제주 남쪽 바다에 있는 가파도의 생태와 문화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라며 “가파도 프로젝트 초기의 고민과 섬이 변화하는 모습 등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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