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노인 및 장애인들의 부족한 운전능력을 보강하는 기능을 갖춘 저가ㆍ보급형 자율주행차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일 안정성이 강화된 차량 보급지원과 고령 운전자 보호를 위해 2021년부터 운전지원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를 대상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특례조치를 일본 정부가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구상은 일정 수준의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자동차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자동차세ㆍ경자동차세 등을 줄여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성과 경제산업성, 총무성이 함께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연비 등이 우수한 차량에 적용하고 있는 ‘에코카 감세’ 등을 참고, 감세의 폭과 적용 요건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운전지원 기능 등 안전성이 강화된 자동차 보급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라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의 고령자 운전자 비율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2017년 기준 7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는 513만명으로 2015년 대비 35만명이나 늘었는데, 이런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할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라 위험 인지와 사고 대응 능력이 감소하는 만큼 운전지원 기능 탑재 차량을 보급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4월 만든 자동 브레이크 성능 인증 제도를 참고하고 있다. 전방 차량에 시속 50㎞로 접근 시 충돌을 방지하거나 충돌 시 시속 20㎞ 이하로 감속하는 기능 등을 갖춘 차량이 우선적인 감세 대상이라는 얘기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2017년부터 충돌 시 피해를 줄여 주는 자동 브레이크와 차선이탈 방지 기능 등이 탑재된 ‘안전운전 지원 차량’ 보급을 추진해 왔다. 경찰청도 안전운전 지원 기능 차량용 운전면허증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 브레이크는 전방의 장애물과 충돌을 예측해 경보를 울리는 ‘피해 경감을 위한 제어장치’를 의미한다. 일본의 대표 완성차업체인 도요타(豊田)는 이와 관련, 시속 10~80㎞로 주행 시 차량 센서가 전방 차량의 정차 또는 보행자를 감지하면 경보음이 나오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또 운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더라도 속도를 줄여 충돌 시 피해를 줄여주는 기능도 구현했다.
일본 정부는 감세 조치로 안전운전 지원 차량 구매와 고령자가 소유한 차량의 교체를 촉진하는 효과도 부차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일본 자동차업계에 보다 안전성을 갖춘 신차 개발을 독려하는 기회로 활용할 전망이다. 한편 감세 조치에 따른 세수 부족은 현행 에코카 감세를 축소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집권여당인 자민당에서 “감세 대상 차량 종류가 늘어나면서 정책 효과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일본 정부 구상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금생활로 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이 안전장치를 갖춘 신형 차량을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고 정부가 고령자들의 면허 반납을 독려하는 추세와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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