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사랑을 몸으로 실천한 분… 안전한 진료 환경 마련되길”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임세원(47) 교수의 유가족이 가족을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의료진 안전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당부했다.
2일 임 교수의 여동생인 임세희씨는 유족 대표로 임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임씨는 “오빠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자신의 진료권 보장과 안전도 걱정하지만, 동시에 환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기도 원한다”며 “그분들이 현명한 해법을 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 2016년 고인이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출간한 점을 들어 “책에서 솔직하게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음을 고백한 것은 결국 사랑하는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기를 원했던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빠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과 환자 사랑을 몸으로 실천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인이 ‘평생의 동반자’라고 불렀던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이날 유가족들이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면서 “우리는 이 두 가지가 고인의 유지였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위해 의료계가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당부했다고 전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 강화돼 치료를 꺼리게 된다면 이는 고인이 바라지 않는 일이라는 얘기다.
한편 임세희씨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나는 물론이고 오빠 가족들이 오빠 없는 세상이 낯설고 힘들 것이라 걱정”이라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임씨는 또 “오빠는 효자였다. 굉장히 바쁜 사람인데도 2주에 한 번씩은 멀리서 부모님과 식사했고,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다”며 임 교수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는“유족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위협했을 때 오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빠는 두 번이나 멈칫하면서 뒤를 돌아보며 도망쳐 112에 신고했다”며 “(CCTV) 영상을 평생 기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해자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임씨는 “임 교수가 평소 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집에서 전혀 하지 않았고, 이번 사건 피의자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며 “아마 그분은 여기가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등과 면담을 하면서 “유가족과 의료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정책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는 임 교수의 동료는 물론 임 교수로부터 치료를 받았던 환자와 그들의 가족들의 방문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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