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건 우호적인 게 없다” 저금리 기조 유지 방침 재차 강조
2019년에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향방은 미국의 금리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올해 통화정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인상 보폭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올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춘다면 최근 국내 경기 여건에선 가급적 기준금리를 올릴 일이 없겠지만, 연준이 기존 인상 속도를 고수할 경우 우리도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에 있어 국내 여건도 중요하지만 연준의 스탠스가 어느 때보다 더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되 경기 지표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연준의 입장”이라며 “연준이 (지금 전망보다) 천천히 인상한다면, 물론 미국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도 좋을 것”이라며 기대를 피력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2.5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도, 올해 기준금리 인상횟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2회로 낮추고 중립금리(기준금리가 도달해야 할 이상적 수준) 전망치도 3.0%에서 2.75%로 하향조정하며 성장세 저하에 따라 통화긴축 속도를 늦출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해 “국내외 여건을 보면 우호적인 게 별로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물가 상승률도 “유가가 생각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 당초 전망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올해 유가는 배럴당 약 76달러, 물가 상승률은 1.7%로 전망했지만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최근 52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통화정책의 양대 고려사항인 성장과 물가 모두에 이 총재가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작년 11월 금리인상의 주요 명분이었던 금융불균형 심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날 이 총재는 “금리가 오르면 어려움을 겪을 취약계층의 부채 관리는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의 영역이며 관련 대책도 많이 나왔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75%)는 미국보다 최고 0.75%포인트 낮은 상태다. 연준이 지금 방침대로 금리를 올해 두 차례 인상(1회 0.25%포인트)하면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폭인 1.25%포인트로 벌어진다. 다만 이 총재의 기대대로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연말에 인상에 나선다면 한미간 금리차가 연중 1%포인트 수준에 머물며 금리 동반 인상 압력은 덜할 전망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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