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임세원(47)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건을 두고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현행 법률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불과 몇 달 전 (환자가) 망치를 들고 가서 (의료진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고, (병원에) 불을 지른 경우도 있다”면서 의료기관 내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문했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의료진에 대한 폭행 신고 건수는 890여건에 달했다.
하지만 예방은 쉽지 않다. 박 이사는 “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흉기가 있는지) 소지품 검사를 다 할 수는 없다”면서 “결국 의사, 환자의 신뢰 관계로 진료를 보는 것이니 궁극적으로 (폭력행위를) 예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전장치도 사고 예방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발생한 강북삼성병원 진료실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었고, 간호사가 벨을 눌렀지만 안전요원은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의료계를 중심으로 응급실 내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 최근 통과된 것처럼 일반 외래진료 공간에서 발생한 폭행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의료법에 있는 의료인 폭행 방지에 관한 조항의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현행 법은 반의사 불벌죄인데 맞거나 폭언을 들어도 후환이 두려워 절대 고발하지 못한다”면서 “실효적인 처벌로 의료기관 내에서는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임 교수를 향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20여년간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를 진료하면서 10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정신건강의학 분야 전문가이면서 환자들을 위하는 마음이 각별했던 의사였다는 추모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고인은 2011년 개발된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2016년에는 우울증을 극복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임 교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모(30)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은 시인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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