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미세먼지(PM2.5) 오염 수준이 세계보건기구(WHO)권고 기준치로 개선되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0.53년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0.53년), 부산(0.56년) 등 연평균 PM2.5농도가 높은 도시의 기대수명이 대구(0.46년), 대전(0.39년)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1일 홍윤철 서울대 의대 환경보건센터 교수팀에 의뢰해 2017년 기준 주요 도시 별 초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시민들의 수명단축 예상치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인 25㎍/㎥을 WHO 권고기준인 10㎍/㎥으로 낮출 경우,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2.7세에서 83.2세로 0.53년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바꿔 말하면 이는 결국 WHO 기준치를 초과하는 대기오염 때문에 기대 수명이 그만큼 단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주요 도시 별로 살펴보면 연평균 PM2.5농도가 WHO기준을 충족할 경우 서울과 인천, 울산은 각각 0.53년, 부산은 0.56년씩 늘었다. 대구와 세종은 각각 0.46년, 광주는 0.49년, 대전은 0.39년 늘었는데 이는 부산과 서울, 인천, 울산의 연평균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아 증가폭이 컸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발간한 ‘대기환경연보 2017’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연평균 PM2.5농도는 25㎍이었고, 서울과 인천, 울산은 각각 25㎍, 부산은 26㎍, 광주 24㎍, 대구와 세종 각각 23㎍, 대전 21㎍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갑작스러운 사망을 초래한다기보다 체내에 누적되면서 영향이 나타난다”며 “주로 심혈관질환, 뇌졸중, 만성호흡기질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폐렴, 기관지염 등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호흡기 질환과 다른 점에 대해 홍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 폐를 뚫고 혈관에 들어가게 된다”며 “이 때 염증을 일으켜 혈구들을 뭉치게 해 뇌나 심장에 있는 작은 혈관들을 막는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국제학술지인‘역학저널’에 게재된 ‘2000~2007년 미국 545개 행정 구역 분석: 미국 내 대기오염 관리에 따른 기대수명 영향’ 보고서에 나온 결과를 한국 상황에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10㎍ 감소할 경우 기대수명은 0.35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미국의 미세먼지 농도에 의한 사망영향으로부터 값이 산출됐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과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번에 분석한 방법은 미세먼지가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 타당성이 인정된 방법이며 PM2.5수치 범위가 양국 모두 0~30㎍임을 고려하면 결과가 크게 어긋나지는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수명이 0.53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이 결과는 앞서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가 발표한 1.4년보다는 작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EPIC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건강영향을 많이 반영한 반면 이번 분석은 저농도 미세먼지의 건강영향까지 고려했기 때문에 EPIC보다 값이 작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PM2.5의 연평균 농도는 2015년 26㎍, 2016년 26㎍, 2017년 25㎍로 해마다 거의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밝힌 ‘2019 업무계획’에서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2017년 25㎍에서 2022년 17㎍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환경기준 달성률(유효측정소 중 환경기준(연평균 25㎍ 이하ㆍ지난해 3월부터 15㎍으로 강화)을 달성한 측정소 비율)은 2017년 기준 60.9%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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