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직원이 거래처 여자 직원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직 내 권력관계에서 비롯되는 ‘회사 내 성희롱’과 거래처 직원 사이의 단순한 성적 불쾌감 발언을 달리 봐야 한다는 취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 한창훈)는 신용카드 회사인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로 판단한 것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하며 중노위의 손을 들어줬다.
A사의 법인영업 담당 차장급 사원 B씨는 2016년 거래처의 법인카드 업무 담당 여성 직원 C씨와 식사하면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얘기를 하고, 뒤이어 30대 여성의 자기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를 했다. C씨는 사건 다음날 문자메시지로 B씨에게 항의했고, B씨는 “불쾌하게 한 점을 사과한다”는 답을 보냈다.
이후 C씨는 자기 회사에 이 일을 문제 삼았고, C씨의 회사는 A사에 이 사건을 알리며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A사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고객사 여직원을 성희롱해 사내외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며 B씨를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B씨가 제 손목시계를 잡아다 보는 바람에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B씨는 “C씨가 시계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제가 손가락 끝을 잠시 잡으며 ‘매니큐어가 떨어졌다’고 말했다”라고 해명했다.
해고당한 B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로부터 부당해고임을 인정받았다. 이에 A사는 법원에 중노위 결정을 되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의 언행은 C씨에게 성적으로 불쾌감을 주고, 거래처에 A사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성적으로 나쁜 의도를 품었거나 상대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봤다. 또 “수직적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일어나는 사내 성희롱이 아닌 사건에서 B씨가 C씨보다 실질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B씨가 A사 및 관계사에서 약 20년간 아무 문제없이 성실하게 일해 왔던 점도 해고 구제 사유로 참작됐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