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비서진들의 기강확립과 심기일전을 당부해 눈길을 끈다.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특검반 의혹을 따지는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과 공방을 벌이던 시간에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다. 집권 중반기 북 비핵화와 경제ㆍ민생 현안 등 안팎의 거센 도전을 헤쳐나가려면 청와대부터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는 뜻일 게다. 2월 초로 관측되는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구상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 전체 직원에게 생중계된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스스로를 거울에 비춰보듯, 또 살얼음판을 걷듯 자중자애해야 한다”며 “어떤 부처나 기관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면 청와대에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부 직원이 폭행과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요령과 관성에 따른 일 처리를 경계하며 “열정과 조심스러움이 교차하는 날 선 느낌 그대로 초심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대통령은 앞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조 수석의 국회출석에 대해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공박했을 뿐, 특감반원의 일탈이나 비위를 방치한 지휘라인의 책임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또 “성과가 있어도 ‘경제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한 탓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언론이) 취사선택해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도 했다.
한해 마지막 날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는 솔직히 혼란스럽다. 자중자애와 초심을 강조하고 일부의 일탈을 질책했으나 정작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의혹에는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 또 잘못된 경제지표가 보고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인데도 대통령은 언론의 왜곡 탓으로 돌리며 소통강화만 주문했다. 내사람, 내 방식만 옳다는 고집으로 어떤 소통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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