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수년간 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에 ‘어용노조’를 세워 노조 와해 공작을 벌이고, 조합원들을 미행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모 전 에버랜드 전무, 에버랜드 직원 임모씨 등 13명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삼성그룹의 노사 업무를 총괄한 강 부사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9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 부사장 등은 2011년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삼성노조)의 조모씨 등이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만든 노사전략을 바탕으로 노조 와해 공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는 2011년 7월 1일을 이틀 앞두고, 임씨를 위원장으로 앞세운 어용노조(삼성에버랜드노조)를 만들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노조가 설립되더라도 단협 효력이 유지되는 2년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수 없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검찰 조사 결과 에버랜드는 삼성에버랜드노조의 설립신고서 등 필요한 서류를 대신 작성해줬고, 설립 이후 벌어질 어용노조 논란 시비에 대비해 임씨에게 언론대응 요령을 교육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노조는 그 해 7월 19일 설립됐다.
또 강 부사장 등은 삼성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조합원를 미행하는 등 사찰을 벌인 혐의(업무방해)도 받고 있다. 특히 조씨를 미행해 음주운전 여부를 감시했고, 그가 대포차를 운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차 번호를 경찰에 넘긴 뒤 경찰과 정보를 교환한 끝에 체포되게 했다. 사측은 이를 조씨의 해고 사유로 삼았고, 조씨는 부당해고취소 소송을 통해 2017년 3월 복직했다. 어용노조 위원장인 임씨는 2013년 4월 조합원들의 부당해고취소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짓 진술을 한 혐의(위증)도 받는다. 삼성 측의 수사 청탁과 관련해 당시 경찰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검찰은 강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다”고 지난달 19일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강 부사장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와해 공작을 기획한 혐의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때도 법원은 공모 혐의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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