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 30분간 신년사 녹화방송
지난해까지 6번의 신년사처럼강당 마이크 앞에 서 있는 대신
앉은 자세로 대본 보듯 원고 확인…정상국가 이미지 부각 노린 듯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영상은 ‘파격 연출’이 돋보였다. 인민복이 아닌 양복 차림으로 등장, 집무실 소파에 앉아 자연스럽게 신년사를 낭독하는 모습이 토크쇼 사회자와 흡사하다는 평도 나온다.
이날 조선중앙TV는 오전 8시 45분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한다’는 예고 방송 후, 오전 9시부터 30분간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의 세련된 편집이 눈길을 끌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야경을 고화질 영상으로 보여주며 시작한 영상에는 ‘1월 1일 0시’를 가리키는 시계와 새해를 맞았음을 알리는 종소리도 함께 담겼다. 과거에는 청사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 바 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짙은 남색 바탕에 줄무늬가 있는 양복에 푸른 빛 넥타이를 착용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손에 신년사 원고로 추정되는 서류를 들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으며,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청사 안에서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들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집무실로 입장, 가운데 마련된 작은 테이블 옆 1인용 소파에 걸터앉았다. 김 위원장 뒤쪽 벽면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업무를 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었고, 다른 벽면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꽂힌 책장이 있었다.이날 영상 속 김 위원장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달랐다.김 위원장은 집권 후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하기는 했으나, 청중이 화면에 잡히지 않는 강당에서 홀로 마이크 여러 대를 일렬로 세워놓은 채 연설했다.
이날 신년사는 1만3,000자에 달했으나 김 위원장은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쳐다보고 읽는 대신, 주제가 바뀔 때마다 원고를 잠깐 확인하는 식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이 발언을 시작할 때 집무실 시계가 0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나 발언이 끝날 때쯤 0시 55분을 가리켰던 것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촬영을 중단했다가 다시 대본을 확인한 뒤 촬영을 재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또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을 언급할 때 각국 정상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또 김 위원장이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이 이룬 성과들을 나열할 때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길게는 3분 이상 노출했다.
예년과 달리 부드러운 이미지가 부각됐던 이날 김 위원장의 모습을 두고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경직된 자세로 서서 신년사를 읽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마치 노변(爐邊)담화를 하는 듯한 방식으로 신년사를 연출했다”며 “지난해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이끈 지도자의 위상과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발표하는 신년사는 사실상의 교시로 여겨지며,모든 분야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공적 지침의 역할을 한다.북한 전역,각계 각층에서 신년사 학습 열풍도 분다.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대내정책,대남메시지,대외정책 순서로 발표됐으며,대내 정책에 약 66%가할애됐다.
한편 김 위원장은 새해를 맞아 김일성 주석ㆍ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집권 이듬해인 2013년부터 매년 정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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