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사이에서 명실상부 ‘제보 창구’로 자리 잡은 대나무숲이, 제보자 색출작업으로 비상입니다. 익명으로 제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통의 장이 되어왔던 곳인데요. 최근 제보자인 척 가장하거나, 협박성 문자로 색출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한국일보가 취재했습니다.

제작=정다혜 인턴기자

‘대나무숲’ 흔드는 손

지난달 경기도 소재 대학 커뮤니티 ‘대나무숲’에 학내 부조리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커뮤니티 특성상 제보자의 신원은 숨겨진 채 학과 내 잘못된 관행이 낱낱이 드러났는데요.

학과 내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폭로가 되기 무섭게 ‘색출작업’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제보자 인척 ‘채팅방을 캡처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결국 제보자는 압박에 못 이겨 글을 내렸습니다.

대나무숲에 ‘제보자 색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나무숲은 SNS페이지로 대학생들의 가벼운 속사정부터 학내 부조리를 폭로하는 글까지 다양한 주장이 익명으로 올라오는 곳인데요.

색출작업이 빈번하다 보니 학내에서 이뤄지는 부당한 일에 유일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던 소통의 장이 위축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나무숲에 제보를 하면 운영자는 신상을 알지만 외부 유출 절대 금지가 원칙입니다. 하지만, 일부 거짓 요구에 속아 제보자 정보가 노출된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익명 보장에 의구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학과 평가의 장이 될 정도로 대나무숲 커뮤니티가 유명해지면서 해당 학과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글이 올라오면 작성자를 색출하려는 움직임도 노골적이라고 합니다.

일례로 올해 서울 소재 대학에서 성추행을 은폐하려던 사건이 ‘대나무숲’을 통해 밝혀지자 학생회 측은 운영자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 제보자를 알아내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전의 한 대학에서는 대나무숲을 고소하는 사례도 있었는데요. “등산을 해야 점수를 잘 준다”는 교수의 갑질이 폭로되자, 당사자는 커뮤니티를 모욕죄로 고소해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소통이 잘 되는 곳에 대나무숲이 자라지는 않습니다. 대나무숲을 흔들기보단 제대로 된 소통을 고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원문_이상무 기자/제작_정다혜 인턴기자

사진출처_김경진기자, 애드캠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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