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장벽, 전 구간 콘크리트 장벽 아니다… 아프간 철군 막으려 노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을 떠나는 존 켈리 비서실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민자 어린이들에게는 동정심밖에 없다”라며 남부 국경을 넘는 이민자에게 유화적 발언을 내놓았다. 자신의 비서실장 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공개한 단독 인터뷰에서 켈리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공격하는 남부 이민자에 대해 “불법 이민자들은 대부분 나쁜 사람이 아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동정심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군 남부사령부와 국토안보부를 거치면서 엘살바도르ㆍ온두라스ㆍ과테말라 등 ‘북부 삼각지대’의 부패와 폭력 현황을 지켜보며 이런 입장을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이어진 국경 장벽 사업에 대해서도 켈리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언어’에서 차이를 보였다. “솔직히 장벽이라고까지 할 건 아니다. 장애물, 울타리, 철판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라며 “우리는 (세관국경보호국이 원하는) 실질적인 국경 보호장치를 설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미국-멕시코 국경 전체에 콘크리트 장벽을 두르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밀려드는 이민자에 대해서는 “미국 법이 이들을 돌려보내지 못하게 하는 구멍이 많다. 법을 수정하지 않으면 계속 몰려들 것”이라며 의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켈리 실장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임기 내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비서실장으로) 처음 들어갔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철수를 원했다. 그는 불만이 많았다”라면서 “이는 매우 중대한 결정임에도 (백악관 내에) 아무런 체계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켈리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본능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하지만 그 결정의 결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보를 제시하기 위해 비서실장 근무 기간에 하루 15시간 일했으며 “뼈를 부서뜨리는 듯한 고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정책 갈등과 고뇌 속에서도 실장 업무를 계속한 이유로 그는 “의무감 때문이었다”라며 “군인들은 도망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켈리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실장의 끝없는 보고와 백악관 통제에 불만을 터트렸다는 보도는 부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알력 때문에 물러나는 것은 아니라며 “중간선거 직후 직접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물러나기로 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 명령을 내렸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도 부대 절반을 철수시키겠다는 공개 발언을 내놓았다.
일부 켈리 실장의 지지자들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철수를 막는 데 공헌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판자들은 켈리 실장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의 트윗’을 막거나 일방적인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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