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정신장애인 많다” 당 장애인위 행사서 부적절 발언 파장
유시민은 20대 남성 조롱 논란… 野 “집권당 대표 자격 없다” 포화
더불어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설화(舌禍) 릴레이로 여권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 국정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시점에 이해찬 당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핵심인사들이 구설수에 휘말려 야권에 공세 빌미를 제공하면서다.
이 대표가 28일 당내 장애인위원회 행사에서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발언한 것이 설화 파문의 기폭제가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고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언행을 하거나 이견을 내는 정치인을 정신장애에 빗댄 것으로, 장애인들의 면전에서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일 한국을 찾은 친딘중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덕담을 한답시고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고 발언해 눈총을 받았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최근 설화로 홍역을 치렀다. 유 이사장은 지난 21일 출판사 주최 강연에서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자기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ㆍ온라인게임)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니 모든 면에서 불리해(라고 여기는 정서가 원인)”라고 말했다가 20대 남성 조롱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 4당은 휴일인 30일에도 잇따라 논평을 내 민주당에 재발방지책을 요구했고, 보수야당은 이 대표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특히 각종 설화의 주인공이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이른바 ‘막말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진 한국당은 여권 발 설화를 대여 공격의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람이 먼저라던 정부 집권여당 대표가 ‘사람에 대한 볼품없는 인식수준’을 보여줬다”며 “이 대표는 깨끗하게 책임지는 모습으로 당 대표직에서 즉시 내려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유독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반복된 비하와 차별적 발언은 결코 실수가 아니다”면서 “집권여당 대표의 비하노트가 나올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여권 내부적으로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문제 발언의 타깃이 20,30대 젊은 층과 소수자라는 점에서 지지층 정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비등하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의도치 않은 말실수가 정권의 위기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지도부를 포함해 여권 전체가 발언 수위를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면서 “지지율이 빠지는 상황에서 인화성 강한 발언이 반복되면 결국 정권에 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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