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공산성 옻칠 갑옷이 백제가 아닌 당나라 제품이란 주장이 나왔다.
최근 발간된 학술지 ‘고고학지’에 실린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의 논문 ‘공산성 출토 칠갑(漆甲) 명문 재고'에는 갑옷에 기록된 지명이나 관직명이 모두 당나라 것이어서 당나라에서 제작된 갑옷이라고 보는 게 맞다는 주장이 담겼다.
공산성 갑옷에서 판독이 가능한 글자는 모두 4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당 태종 연호인 ‘정관(貞觀) 19년'이라는 대목이 있어 갑옷 제작 시점은 645년으로 판명됐다. 이 연구사는 그 외의 글자에서 지명, 관직명에 주목했다. 지명은 '익주(益州)’가 있었다. 익주는 오늘날 쓰촨성 청두(成都)를 의미한다. 관직명엔 ‘사호군(史護軍)’ ‘참군사(參軍事)’ ‘작배융부'(作陪戎副)’ ‘'대부(大夫)’ 등이 있다. 이 연구사는 “의자왕 혹은 그에 준하는 고관이 갑옷을 사용했는데도 왕성(王姓)과 팔성귀족, 백제 고유 관등인 좌평(佐平)이나 달솔(達率)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대 편찬된 ‘신당서(新唐書)’, 당나라가 관직제를 정리해둔 ‘당육전(唐六典)’ 등을 참조해 ‘참군사’는 ‘병조참군사’, '배융부'는 '배융부위'를 가르킨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의 갑옷으로 보는 게 옳다는 논리다.
특히 당나라를 본받아 송나라가 시행한 천성령(天聖令)을 보면 기물을 제작할 때는 “견본에 따라야 하고 제작연월, 장인(匠人), 담당관 이름, 제작한 주(州)와 감(監)을 붉은 옻으로 기록한다"는 규정이 보이는데, 이게 공산성 갑옷의 붉은 명문과 똑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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