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참사’ 낸 일자리…내년에도 23조원 쓴다지만
고용률이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해당 연도 인구의 변화로 인한 취업자 수 증감분을 ‘인구효과’라고 한다. 고용 상황에 특별한 변동이 없는 경우 통상 인구효과분 정도의 취업자 증감은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종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이러한 인구효과를 기본으로 해 정책 효과가 더해져 결정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까진 인구효과보다 취업자수 증가 폭이 훨씬 컸다.
그러나 올해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인구효과’에 5만5,000명이나 못 미칠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세금이 일자리 창출에 투입됐는데도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 시간의 획일적 단축 등 정책적 요인이 오히려 인구효과를 까 먹은 꼴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23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할 예정인데, 현재보다 더 나아지긴커녕 악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월 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0만3,000명에 그쳤다. 아직 12월 취업자 수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지난 2009년 8,700명 감소를 기록한 후 역대 최저치로 마감될 게 확실시된다.
이러한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인구효과’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인구효과에 따른 월 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은 15만8,000명이다. 올해 15세 이상 인구증가분 25만9,000명에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60.8%)을 대입해 나온 수치다. 하지만 결과는 10만3,000명에 머물렀다. 인구효과에 무려 5만5,000명이나 못 미치는 ‘고용참사’다.
더욱 주목해야 할 사실은 정부가 올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투입한 예산만 20조원이 훌쩍 넘는다는 데 있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 예산으로 18조2,000억원을 편성한 데 이어 추가경정예산으로 2조9,000억원을 더해 총 21조1,000억원을 쏟아 넣었다. 이에 힘입어 재정이 대거 투입된 보건업 및 사회복지 분야에서 올 한해 취업자가 23만4,000명이나 늘어났다. 고용률이 60.7%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제조업을 포함한 광업에서만 58만5,000명이 감소하는 등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데엔 재정이 거의 투입된 게 없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악화의 영향도 적지 않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정책적 측면에 의한 노동비용 증가라는 부정적 효과가 생각보다 컸다”며 “정부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지만 결국 인구효과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만 낳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 고용시장에 대한 전망도 암울하다는 데 있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올해와 같은 연 2.6~2.7% 수준으로 전망하면서도 올해보다 많은 15만명 수준의 취업자 수 증가를 예상했다. 이는 통계청이 내 놓은 인구효과 14만9,000명보다 1,000명 많은 수치다. 내년에 투입되는 일자리 예산이 사상 최고인 22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점과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낮았던 만큼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달성하지 못할 수치는 아니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그러나 내년 역시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나 증가하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중국의 제조업 추격 등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올해보다 개선된 고용지표를 내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올해 경제활동인구가 내년보다 많은 상황에서도 취업자 수 증가폭은 10만명 수준에 머물렀다”며 “올해와 비슷한 고용상황이라면 내년에는 더 나빠질 가능성도 없잖다”고 지적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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