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기술위원회 위원장직 맡아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29일 인터넷판에서 "한국과 쿠바 등은 정예멤버가 모이면 일본에 위협이 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각 팀 모두 다양한 사연을 안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 야구의 어수선한 상황에 일침을 가했다. 이 신문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선수를 대표팀에 뽑은 의혹으로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의 수호신이었던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사임하는 사태가 일어났다"면서 "선 감독은 한국 최초의 야구대표팀 전임 사령탑으로서 도쿄올림픽까지 지휘할 예정이었지만 한국야구계는 '내분'에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끄러운 민낯을 외부에까지 드러낸 한국야구는 우여곡절 끝에 새 감독 물색에 나설 기술위원회의 수장을 결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신임 기술위원장으로 김시진(60) 전 롯데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위원장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코치로 참가해 금메달에 일조했고, 2015 프리미어12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전력분석 팀장으로서 국가대표팀을 도왔다. KBO는 "전력분석 측면에서 국가대표를 치밀하게 지원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기여한 점과 신중한 소통 능력, 야구계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경륜 등이 작용했다"고 김 위원장의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야구는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에 성공했지만 일부 선수들의 병역 기피 의혹과 함께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고, 이로 인해 선 감독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정운찬 KBO 총재의 ‘전임 감독 반대론’에 상처를 입은 선 감독은 사퇴를 하기에 이르렀다. 비난 여론이 일자 KBO는 정 총재의 말을 주워담고 전임 감독제를 유지하면서 기술위원회를 부활하겠다고 밝혔고, 해를 넘기기 직전 김 위원장의 선임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 기술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기술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되며 야구에 이해도를 가진 비 경기인 위원도 한 명 포함된다. 아울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공동으로 신설한 한국야구미래협의회와 도쿄올림픽까지 힘을 합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KBO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일을 맡게 돼 부담감이 크다"면서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부족하지만 한국야구 발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대구상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김 위원장은 1983년 삼성에서 프로 데뷔 후 KBO리그 최초로 100승을 돌파하는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활약했다. 은퇴 후에는 태평양 투수 코치 등을 거쳐 현대, 히어로즈, 롯데 감독을 지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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