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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중국, 수심 5000m 넘는 AI 해저기지 꿈꾼다

입력
2018.12.30 17:00
수정
2018.12.30 23:5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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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해저 탐사를 위해 무인잠수정 '하이룽 11000'호를 잠수시키는 모습. 중국과학원 홈페이지 캡처
중국이 해저 탐사를 위해 무인잠수정 '하이룽 11000'호를 잠수시키는 모습. 중국과학원 홈페이지 캡처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하데스(Hades)는 죽음을 관장하고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신이다. ‘보이지 않는 곳’을 의미하는 하데스는 신격과 연관돼 죽은 자들의 세계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하데스라는 이름 대신 ‘부유한 자’라는 뜻의 플루톤(Plouton)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땅 속에 금이나 은과 같은 진귀한 보물이 묻혀 있다는 믿음에서다.

중국이 수심 6,000∼1만1,000m의 초(超)심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해저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에 ‘하데스 프로젝트’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 계획은 지난달 중국과학원이 청사진을 마련했다. 해저 무인기지에서 출동한 로봇 잠수정이 해양생물 탐사, 광물자원 채취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무인기지 내 연구실로 보내면 이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그 결과를 지상으로 보고하는 게 골자다. 사람 손길이 닿기 어려운 심해에서 미래 인류의 삶을 발전시킬 진귀한 자원들을 채취하고 분석하는 일을 AI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원은 남중국해에서 유일하게 수심이 5,000m를 넘는 마닐라해구를 AI 해저기지 건설 대상지로 검토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측은 “바다가 충분히 깊으면서도 화산 폭발 등 위험이 적은 곳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해저기지는 선박이나 해상 플랫폼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전력과 통신 등을 공급받지만, 강력한 AI 두뇌와 센서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될 계획이다. 또 이를 지원할 십여명 연구원들이 수심 3,000m에서 한 번에 최장 한 달 동안 지낼 수 있는 유인 해저기지 건설도 준비하고 있다.

‘하데스 프로젝트’는 지난 4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당시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의 심해연구소를 방문한 시 주석은 “심해에는 어떤 길도 없다”면서 “다른 나라들을 뒤쫓을 게 아니라 우리가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까지도 99%가 전혀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면서 자원의 보고인 해저 개발에 적극 나서라는 지시였다. 하데스라는 프로젝트 명칭이 사실상 플루톤을 의미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당장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AI 해저기지 대상지인 마닐라해구가 중국과 필리핀 간 분쟁수역인 황옌다오(黃巖島ㆍ스카보러암초)와 가깝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AI 해저기지의 자료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주변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중국이 이를 군사적 목적에 활용할 우려도 상당해 논란은 한층 가열될 수 있다.

중국과학원은 총 건설비용으로 11억위안(약 1,786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수압과 부식, 해저 화산, 지진 등 극한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 우주정거장과 마찬가지로 도킹 플랫폼이 필요한데, 심해 수압을 견뎌낼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심해에 기지를 건설하는 건 우주정거장 건설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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