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대한 서버 압수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강릉 펜션 참변으로 목숨을 잃은 고교생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글이 게시판에 연달아 올라오자 본격 수사에 나선 것. 하지만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선 여론 눈치를 보는 행보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비슷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워마드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실제 실행에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18일 발생한 강릉 펜션 참변으로 숨진 학생 세 명을 조롱한 글이 올라온 워마드에 대해 모욕ㆍ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영장에 따라 사이트 운영자에게 글을 올린 네티즌의 아이디와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으며 “(게시글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으름장과 별개로 실제 영장 집행 자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 서버를 둬 게시자가 쉽게 특정되는 ‘일베(일간베스트)’ 등 여타 논란의 사이트와 달리, 워마드는 서버 관리업체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외국에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사문서’에 가까워 업체에서 협조해 주지 않으면 게시물을 누가 올렸는지, 어디서 올렸는지 알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워마드 서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놓고도 제대로 집행을 못한 경찰서만 서울시내에 3곳(구로서, 성북서, 영등포서)이다. 문재인 대통령 얼굴을 남성 나체에 합성한 사진(구로), 고려대 남자화장실에서 몰래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성북), 남성 누드모델을 몰래 찍은 사진(영등포) 등으로 영장을 받았지만,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런 탓에 경찰이 ‘보여주기’ 식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번엔 유가족들조차 조롱글을 올린 네티즌을 모욕죄 등으로 고소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결국 여론이 들끓는 이슈에 대해 ‘경찰이 뭐라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물론 긍정적 시선도 있다. 예컨대 경찰이 이번에 희생자들을 조롱한 게시글 두 개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실제 해당 글들이 모두 지워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운영자가 글을 지웠는지 게시자가 지웠는지 알 수 없지만, (글 삭제가) 경찰 요청 이후“라고 했다. 경찰이 수사 등으로 계속된 압박을 가한다면 워마드가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받아들이는 등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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