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예산 대치로 촉발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해를 넘겨서도 풀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설전만 벌이고 있어서다.
백악관은 민주당이 협상 의지가 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모두가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백악관이 국경예산 책정 규모를 기존 50억 달러(약 5조 5,800억 원)보다 축소하는 절충안을 민주당에게 전달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 내정자도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50억 달러보다 적은 금액을 받아달라는 요청에 대해 더 이상 행정부와 협상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내 직감으로는 슈머는 절충안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타협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고 펠로시 책임론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측은 적반하장이란 입장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회가 합의한 예산안을 거부하며 셧 다운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다. 슈머 측 대변인은 “백악관이 셧다운에 대해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웃음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것(doesn't pass the laugh test)”이라고 반박했다. 펠로시 측 대변인 역시 “민주당은 대통령의 비도덕적이고 비효율적이고 비싼 장벽에 맞서 단결하고 있다”고 맞섰다.
한편 양측은 연말 휴가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 초까지 협상 상황을 지켜 보며 백악관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멀베이니 비서실장은 밝혔다. 그는 “신년 초에도 대통령은 워싱턴 DC에 머물 것이다. 크리스마스 계획을 취소한 데 이어 신년 행사도 취소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나는 민주당이 돌아와 절박하게 필요한 국경 보안에 대해 합의를 하기를 기다리며 백악관에 홀로(불쌍한 나) 있다”고 토로했는데, 연말까지 나홀로 보내게 될 처지다.
펠로시 대표는 호화 휴가 구설에 휘말렸다. 보수성향 매체 폭스뉴스는 펠로시 대표가 셧다운 와중에 하와이의 특급 리조트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펠로시 대표가 하와이 코나의 페어몬트 오키드 리조트에서 27일과 28일 목격됐으며, 펠로시 대표의 보좌진은 행방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펠로시는 해당 기간에도 보좌진을 통해 셧다운 사태 관련한 성명을 계속 내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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