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계기 영상 공개했지만
레이더 조준 당했다는 핵심 주장 증명 못해
되레 초계기 저공비행 드러나
우리 해군이 동해 상에서 일본 해상 초계기(P-1)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화기관제레이더)를 조준했는지 여부를 둔 양국 간 논쟁이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한국측이 해상 자위대 초계기를 조준했다는 증거라며 당시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지만, 논란의 핵심인 실제 한국 구축함이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방사(放射) 했는 지 여부는 여전히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위성은 28일 '한국 해군 함정에 의한 화기(火器) 관제 레이더 조사(照射) 사안'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13분7초 분량의 이 영상은 지난 20일 동해 공해 상에서 조난된 북한 선박을 구조하고 있는 한국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과 해경 5001함 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 속 일본 해상 자위대의 교신 내용을 보면 자위대는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안테나가 P-1을 향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이 부분만 놓고 보자면, 한국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일본 방위성의 영상 공개에 앞서 당시 구축함이 초계기를 촬영하기 위해 구축함에 장착된 광학카메라를 가동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광학카메라는 일본이 조사(照射)당했다고 주장하는 추적레이더(STIR)과 물리적으로 연동돼 있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추적레이더도 함께 돌아가는 식이다.
때문에 영상 속 "광개토대왕함이 P-1을 향하고 있다"는 언급은 시각적으로 한국 구축함 사격통제레이더가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는 뜻은 될 수 있지만, 실제 레이더가 방사됐다고 단언할 수 있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또 레이더를 조준 당했다면 회피 비행을 하는 게 정상인데 당시 초계기는 오히려 광개토대왕함으로 접근했다고 우리 군은 반박했다.
우리 군은 오히려 일본에 대해 구체적 증거를 요구했다. 군 당국자는 "(일본이 우리 해군으로부터 레이더를 조준 당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초계기에 남은 기록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영상 공개로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다소 위협적으로 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영상을 보면 영상을 촬영한 초계기와 광개토대왕함 간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이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일본 측은 해수면으로부터 150m 아래로 내려가지 말라는 국제민간항공규정을 지켰다고 주장하나 우리 군은 "민간항공기에만 적용된다"고 반박했다.
다만 영상에는 자위대가 "Korea South Navy Ship"이라고 호출하는 소리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초계기가 한국 해군 함정을 여러 차례 호출했다는 기존 일본의 주장의 확인된 것이다. 이에 우리 군은 "한국 해군을 부르는 것을 한 번 들었는데 수신기에 잡음이 있어 해경(Korea Coast)을 부른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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