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감찰 앞두고 폭로, 정당성 적어”
청와대 특별감찰반 근무 당시 작성한 ‘우윤근 대사 1,000만원 수수’ 등 첩보를 언론에 폭로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처벌될까. 김 수사관이 폭로한 첩보 등이 외부에 공개해선 안 되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그 내용이 국민의 알 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하는 것이 위법성을 뛰어넘는 정당성을 가진 것인지 등의 쟁점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되려면 우선 김 수사관이 사용하던 컴퓨터 안에서 나온 107개 문서 목록과 김 수사관이 언론에 제공한 첩보 내용 등이 ‘비밀’이어야 한다. 현직 판사들은 “비밀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수사관에 대해 수사개입, 인사청탁 등 4가지 비위 행위를 인정한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의 감찰 결과는 김 수사관에겐 불리한 정황이다.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이 비밀엄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을 건의했다.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 받은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 김욱준)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폭로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 폭로가 정당했다는 판단이 나오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대법원은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해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김 수사관의 폭로 행위(내용 등)가 정당했다는 정황이 충분하면 형사 처벌로까지 이어지기 힘들다는 뜻이다.
김 수사관 역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제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해당 내용이 비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공익성이 있고, 정당한 행위로 인정된다면 위법성이 조각될(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사 정보처럼 그 자체가 기밀로 정해져 있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폭로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세세히 판단해야 한다.
일각에선 비위 의혹으로 감찰 및 징계를 앞둔 김 수사관의 폭로가 정당화하긴 힘들 것으로 본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감찰 결과만 봐도 김 수사관의 폭로는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날 건드리면 다치는 사람 많다’는 취지라고 읽히기 때문에 공익을 위한 행동으로 판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30일 산하기관 임원 동향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한다며 자유한국당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5명을 고발한 사건을 28일 서울동부지검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직권남용 및 직무유기)로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4명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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