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全산업생산 0.7% 감소… 반도체 출하지수 16.3%나 줄어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 2P↓… 경제심리지수 29개월 만에 최저
우리 경제의 하강 국면 진입을 입증하듯 연말 경기 실물지표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수출과 투자를 책임지며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경기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경제의 양대 주체인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마저 얼어붙으면서 내년 한국경제 전망도 급속히 어두워지고 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10월 반등(0.8%)했다가 한 달 만에 도로 하락했다. 광공업생산(-1.7%)과 서비스업생산(-0.2%)이 모두 감소했는데, 특히 광공업에서 반도체 생산이 5.2% 줄어든 영향이 컸다. 서버용 반도체는 해외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모바일용 반도체는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면서 각각 수요가 줄어든 결과다.
반도체 업황은 향후에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 속에 국내 반도체 생산은 2015년 전년 대비 20.3%, 2016년 30.7%, 2017년 3.8%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속되던 반도체 생산 성장세는 그러나 6월을 정점으로 전월 대비 감소로 전환되면서 10월을 빼고 줄곧 하락했다. 반도체 출하지수도 지난달 전월 대비 16.3% 감소해 2008년 12월(-18.0%)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반도체 수요 둔화가 재고 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 지속적 흐름인지는 현재로서 불투명하다”며 “다만 최근까지의 호조세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국내 설비투자 지표도 동반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 기계류가 6.1% 줄어든 영향으로 5.1% 감소했다. 9, 10월 반도체 대기업 공장 증설에 따른 설비투자 증가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도 2017년 11월 5,980만달러에서 1년 새 3,670만달러로 급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3%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잠재성장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효과가 워낙 컸기 때문”이라며 “내년에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면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 약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부진 등 하강 흐름을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종합지수도 반등에 실패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2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하며 8개월 연속 내렸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8.6으로 0.2포인트 하락, 6개월째 뒷걸음질쳤다.
문제는 기업심리마저 냉각되고 있어 향후 실물지표 반등을 기대하기도 요원하다는 점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체산업 업황 BSI는 72로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2016년 10월(71) 이후 최저치다. 업황 BSI는 기준치 100보다 낮을 경우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산해 산출하는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도 0.4포인트 하락한 93.4로 2016년 7월(93.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복수의 지표들이 동시에 하락하고, 하락세 또한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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