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마이너스 가능성도, 내수 부진에 고용 악화… 미중 무역전쟁이 가장 큰 위협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2.7% 안팎으로 추정된다. 건설 및 설비 투자가 2, 3분기 모두 역성장(전분기 대비)했고 생산도 정체됐다. 신규 일자리는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며 ‘고용 참사’를 빚었다. 그나마 반도체, 석유화학 산업의 호황 덕분에 수출이 사상 처음 6,000억달러를 돌파하며 버팀목이 됐다.
문제는 올해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31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 경제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의 거시경제 전문가 4명에게 내년 경제전망과 위험요인을 물었다. 이들 모두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어려울 것”이라며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반적인 투자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도체발(發) 수출 호황마저 가라앉으며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세계경제 투톱인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은 우리나라의 저성장 국면을 더욱 심화할 수 있는 최대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KDI와 금융연구원은 2.6%를,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2.5%를 제시했다. 내수(소비+투자)와 수출 등 경제의 전(全)부문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투자부진이 지속되며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DI는 지난해 감소세(-1.9%)로 돌아선 총고정투자(설비+건설+지식재산생산물투자) 증가율이 올해에도 마이너스(-1.0%)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가 일단락된 데다 다른 산업에서도 투자수요가 크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기업의 투자애로를 즉각 해소, 올해 민간 부문에서 ‘12조원+α’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말 그대로 정부가 밝힌 계획에 불과해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장 견인차였던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꺾일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 증가율이 올해와 내년 계속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중 무역분쟁 이슈도 있어 세계교역은 둔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고용부진 지속, 금리는 올려도 한 차례
고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했다. KDI는 올해 취업자수 증가 폭을 10만명 안팎으로 관측했고, 금융연구원(13만명) 현대경제연구원(12만5,000명) LG경제연구원(12만명)도 비슷했다. 지난해 1~11월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전년동월 대비)이 10만3,000명이었는데 여기서 크게 개선되지 않을 거란 얘기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전반적인 내수 부진으로 서비스업 부문에서 추가 일자리 창출 여력이 없다”며 “자영업도 포화라 노후 대비 없이 퇴직한 50~60대의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유발 효과가 큰 건설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고용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거나 올리더라도 1회 인상에 그칠 것으로 봤다. 김현욱 부장은 “(경기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릴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빠르게 둔화할 경우 금리 인상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한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다만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으로 예상돼 인상 시기는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은?
우리나라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위험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이 첫손에 꼽혔다. 김현욱 부장은 “(세계경기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미중 무역분쟁이 가장 큰 하방 리스크”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90일간 추가 관세부과를 중단하고 협상을 벌이는 ‘휴전’을 선언했지만 추후 협상이 결렬돼 양국간 관세장벽이 높아질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무역분쟁과 별개로 중국 경제 자체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부담 요인이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작년 6.9%였던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지난해 6.6%, 올해 6.2%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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