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상 점포로 분류돼 쇠창살은 점검 안 해
성매매 집결지 업주 거부로 소방점검 못하기 일쑤
지난 22일 화재로 5명의 사상자가 난 서울 천호동 성매매 업소가 한 달 전 소방당국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성매매 집결지 소방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업주 비협조와 법적 한계로 소방점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본보취재 결과, 지난달 강동소방서가 실시한 화재점검에서 천호동 성매매 업소는 소화기가 설치돼 양호 판정을 받았다. 대피에 방해되는 쇠창살이 창문에 설치됐지만 아무 지적도 받지 않았다. 소방서 관계자는 “다중이용업소는 쇠창살을 설치하면 안되지만, 이번에 화재가 난 성매매업소는 등기상 점포로 분류돼 쇠창살은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소 특성 때문인지 소방 점검이 부실하게 이루어진 게 이곳 만의 일이 아니다. 소방당국이 성북구 하월곡동, 강동구 천호동,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등 서울의 성매매 집결지를 대상으로 한 점검결과를 보면 업주 비협조로 아예 점검을 하지 못한 곳이 상당수 있었던 반면 양호 판정을 받은 곳은 극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현행 소방기본법 상 지자체는 성매매 집결지와 쪽방촌 등 화재 발생 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화재경계기구로 지정, 1년에 한 차례 이상 소방 점검을 하도록 돼 있다.
성북소방서가 지난달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95개 업소를 점검한 결과, 양호 판정은 14곳에 불과했고 불량 판정을 받은 55곳 중 대다수는 소화기 사용연한이 지났거나,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되지 않았다. 29곳은 업주 비협조로 아예 점검을 하지 못했다. 강동소방서 역시 지난달 천호동 소재 47개 업소 가운데 35곳만 점검을 실시, 12곳에 대한 점검을 하지 못했다.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내 35개 성매매 업소는 천호동 화재 발생 후인 26일 점검이 이뤄져 35곳을 모두 할 수 있었지만 3개 업소를 제외한 나머지 32개 업소에는 일부 방에 감지기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소방당국의 점검미비 사례가 속출하는 데는 성매매 영업이 대부분 주택에서 행해지는 탓에, 소방시설이 미비해도 처벌할 권한이 없는데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한 업주의 비협조적 자세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성매매방지특별법(2004년) 실시로 성매매는 엄연한 불법이라 소방관이 성매매 집결지에 등장하면 업소 문을 잠그는 경우가 많다. 이윤근 소방청 화재예방과장은 “성매매 집결지 내 순찰, 점검을 강화하려고 하면 주택이라며 사생활 침해라고 항의를 하면서 점검반의 입장 자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소방서는 성매매 업소를 관리하는 주민자치단체인 성매매집결지 자율정화위원회의 협조를 구해 점검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성매매 업소 건물주나 업주에게 소방에 대한 홍보와 계도를 적극적으로 하는 한편, 정부나 지자체가 소방시설 설치 지원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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