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연예계는 미투로 시작, 빚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은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에 대해 폭로하며 국내를 강타했다. 이후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SNS를 통해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대표인 이윤택 연출의 상습 성폭행에 대해 폭로하면서 연예계 내 미투 운동이 본격 시작됐다.
◆이윤택→조재현·김기덕→김생민, ★들의 충격적 민낯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이윤택은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상습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윤택은 자신의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밀양연극촌, 30스튜디오 연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윤택은 재판 당시 “연기 지도의 목적으로 부득이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고, 1심에서 징역 6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간의 취업 제한을 명령 받았다. 그러나 이윤택과 검찰 모두 원심에 불복, 항소했고 지난 4월 열린 첫 번째 항소심 공판에서도 이윤택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이어 지난 18일 두 번째 항소심 공판이 비공개 증인 심문으로 진행됐으며, 내년 1월 8일 세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 역시 올해 초 문화계를 비롯해 세간을 충격에 빠트리며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됐다.
지난 해 여배우 폭행과 강요, 강제추행 치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 당했던 김기덕 감독은 재판부로부터 벌금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배우 조재현의 미투 폭로 당시 김기덕 감독도 조재현과 함께 성폭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조재현은 폭로 이후 “모든 걸 내려놓겠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보내겠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출연 중이던 작품 하차와 교수직 사퇴,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직 사퇴를 알렸다.
이후 MBC ‘PD수첩’은 프로그램을 통해 김기덕과 조재현의 성폭행 실태를 고발하며 충격적 민낯을 공개했다. 이에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성폭행 사실을 부정하며 ‘PD수첩’ 제작진을 고소했다. 그러나 이후 조재현은 재일교포 출신 여배우, 미성년자에게도 성폭행을 가했다는 폭로에 휩싸이며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이 외에도 故조민기와 배우 오달수, 조덕제, 선우재덕, 최일화, 남궁연 등이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됐다. 특히 故조민기는 청주대학교 교수로 재임하던 중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폭로 이후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더했다. 조민기의 사망으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됐지만, 성추행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생민 역시 미투 폭로로 인해 데뷔 26년만의 전성기를 누리던 중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지난 2008년 한 프로그램 회식 자리에서 여성 스태프를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 때문이었다. 당시 KBS2 ‘김생민의 영수증’ 등으로 데뷔이래 첫 전성기를 맞이했던 김생민은 충격 속 방송가에서 퇴출됐다.
◆시작은 마이크로닷… ‘빚투’는 현재 진행형
연예계를 충격에 빠트린 미투 운동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 빚투 운동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빚+미투’의 합성어인 ‘빚투’는 ‘나도 떼였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스타들과 그 가족이 갚지 않은 부채를 고발하는 폭로 운동으로 확대됐다.
‘빚투’ 운동의 시발점은 래퍼 마이크로닷과 그 부모였다. 마이크로닷은 지난 11월 부모가 과거 충북 제천에 살던 당시 마을 주민들과 친인척에게 억대의 돈을 빌린 뒤 야반도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는 폭로가 전해지며 ‘빚투’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마이크로닷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이후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폭로자들이 연이어 등장하자 태세를 전환하고 공식 사과했다. 마이크로닷의 부모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현재까지 조사는커녕 귀국 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마이크로닷과 친형 산체스 역시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예정된 신곡 발표를 연기하며 자취를 감췄다. 이에 지난 12일 마이크로닷의 부모에게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이 뉴질랜드 시민권자라 강제송환이 불가한 탓에 실질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닷에 이어 래퍼 도끼 역시 어머니의 과거 부채를 폭로 당했다. 도끼의 어머니는 IMF 당시 동창으로부터 1000만원을 빌린 뒤 잠적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도끼는 SNS 라이브를 통해 “1000만원은 내 한달 밥값이다. 잠적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키웠다. 결국 싸늘한 여론 속 도끼의 ‘빚투’ 논란은 피해자와의 합의로 마무리 됐고, 도끼는 이를 빗대 지난 3월 새 싱글 ‘말조심’을 발매했다.
이 외에도 가수 비, 티파니, 마마무 휘인, 배우 차예련, 마동석, 이상엽, 조여정, 한고은, 안재모, 방송인 이영자, 전 농구선수 우지원 등 많은 스타들이 부모를 향한 ‘빚투’ 폭로로 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 중 이미 고인이 되신 어머니의 과거 부채에 대한 폭로를 당했던 가수 비는 부채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만난 폭로자가 차용증이나 약속어음 원본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은 물론 비 가족에 대한 모욕적인 폭언과 1억 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또 빚투 논란에 휩싸인 상당수의 스타들이 부친과 관련된 채무를 해명하고 향후 해결 방안을 밝히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이혼 후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살아왔음을 고백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특히 차예련은 데뷔 당시부터 모든 수익을 아버지의 빚 변제에 사용해 왔던 사실이 밝혀지며 응원의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한고은 역시 데뷔 이후 아버지의 채무로 인해 촬영장에서 협박을 받고 대신 채무를 변제하는 등 고통 속에 살아왔으며, 재작년 어머니의 사망 이후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각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는 가슴 아픈 가정사를 공개해야 했다.
채무자의 자녀인 스타들을 향한 무분별한 빚투 폭로가 연일 화제에 오름에 따라 일각에서는 “자녀가 스타라는 이유로 부모의 부채에 대한 책임을 떠안거나 2차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빚투’를 향한 대중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아직까지 스타들을 향한 ‘빚투’ 운동은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현재 진행 중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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