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날 밤 미국에서 총을 쏘며 저항하던 살인 미수범이 경찰이 불러준 캐롤을 듣고 항복했다.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긴 시간 이어졌던 격렬한 대치는 경찰 협상가가 부른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 멜로디와 함께 큰 부상자 없이 마무리 됐다.
2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니아주 체스터 카운티의 경찰 특수기동대는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7시 30분쯤 자신의 남편이 집 안에서 총을 들고 가족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 남성의 이름은 나다니엘 루이스(34). 그는 살인 미수 및 가중 폭행 등 무려 11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돼 곧 재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검찰은 루이스가 별거 중인 아내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자 집 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쌓은 후 총을 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오후 10시 30분쯤 응급 대응팀이 루이스의 집에 도착했고 협상가는 루이스 아내의 휴대폰을 이용해 대화를 시도, 그에게 항복을 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이스가 대화를 거부하며 경찰을 죽이고 이웃들을 쏴 버리겠다고 위협하며 맞서며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루이스는 집 안에서 경찰 차량을 향해 총을 쏘는 등 격렬히 저항했고 경찰 역시 대응 사격을 하는 등 위태로운 대치 상황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다음날 오전 7시쯤 루이스는 경찰에게 뜻밖의 요구를 해 왔다. 크리스마스 캐롤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불러 달라고 한 것. 범인의 요구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베테랑 요원이었던 경찰기동대의 협상가는 정말로 캐롤을 불렀고 잠시 후 루이스는 집 밖으로 나와 항복했다. 장장 9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치 속에 총격전이 오갔지만 다행히도 다친 경찰관은 없었으며 루이스만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루이스의 재판 절차는 다음달 7일부터 시작되며 크리스마스 날 벌인 총격전과 관련된 혐의도 포함될 예정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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