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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오너리스크 딛고 재기할까

입력
2018.12.30 15:00
수정
2018.12.30 17:5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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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리퍼블릭 명동 매장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매장

2016년 4월 판사 출신으로 잘 나가던 최유정 변호사가 자신이 변호를 맡았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그를 경찰에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재판을 받던 사람이 자신의 변호인을 구치소에서 폭행했다는 사건 자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폭행 사건의 단초가 ‘보석 허가’를 조건으로 내걸었던 30억원의 성공 사례비 반환 문제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파문은 더 커졌다.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대표는 ‘보석 허가’를 조건으로 소위 ‘전관’인 최 변호사에게 총 50억원에 달하는 부당 수임료를 건넸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에게 보석을 허가하지 않았고, 정 전 대표가 최 변호사에게 성공 사례비 반환을 요구하다 양측이 몸싸움을 벌였다는 게 사건의 경위다.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보석으로 조금 빨리 감옥을 나오려던 정 전 대표의 계획은 이 사건으로 완전히 틀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죄를 덮으려던 과거 그의 서초동 로비 행각이 낱낱이 밝혀졌고, 사건 당사자인 최유정 변호사는 물론,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김수천 현직 부장판사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가만히 있었다면 몇 개월 뒤 출소할 수 있었던 정 전 대표도 뇌물 공여, 횡령 혐의 등으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아직 수감 중이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운호 전 대표는 도박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만 해도 화장품 업계 ‘미다스 손’으로 불렸다. 남대문시장 상인 출신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에 로드숍 바람을 일으킨 ‘더페이스샵’을 창업해 2년 만에 매출 1,500억원을 올리며 성공 신화를 썼다. 더페이스샵 매각으로 돈 방석에 앉은 그는 2010년 장우화장품을 인수해 네이처리퍼블릭으로 이름을 바꾸고 이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또 한 번 성공했다. 법조 비리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네이처리퍼블릭의 전국 매장수는 800개에 달했다. 매출도 연간 2,800억원 규모로 국내 5위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발생한 후 네이처리퍼블릭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5년 2,847억원에 달했던 이 회사 매출은 사건 발생해인 2016년 2,618억원, 그 이듬해인 2017년 2,222억원으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오너 리스크 영향으로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매출도 동반 추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정 전 대표는 사건 직후 회사경영에서 물러나고, 그해 회사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정 전 대표는 아직 이 회사 대주주(75.37%)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현재 전문 경영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토니모리 등을 거치며 화장품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호종환 대표는 2016년 말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 영입돼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라는 이중고에 시달렸지만 올해는 소폭이나마 매출 반등에 성공했고 올해 연간 흑자전환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로드숍 업계 전체에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네이처리퍼블릭 앞길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영향으로 주요 고객층이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화장품 로드숍들은 최근에는 여러 브랜드 화장품들을 모아서 파는 편집숍 형태의 헬스&뷰티숍(H&B) 매장에 고객들을 빼앗기면서 진퇴양난 위기에 처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화장품 로드숍 매장 수는 지난해 대비 900개 이상 줄어들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매출 상승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비효율 매장 정리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해외 사업에서도 기존 진출국 외에 인도네시아와 중동, 유럽 등 신규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다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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