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아이들 핑계 대지 마라, 끔찍하고 참담해”
패스트트랙 시도에 항의하며 회의장 떠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유치원 3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처리 시도에 강력히 반발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대한민국의 교육 백년대계를 망치는 길”이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은 그동안 유치원법의 핵심인 ‘사립유치원 회계 관리 일원화’에 대해 반대해 왔다.
국회 교육위는 이날 오후 5시쯤 전체회의를 열어 유치원법 패스트트랙 상정 절차를 논의했다. 교육위는 전체회의가 열리기 직전 패스트트랙 표결을 위한 투표소를 설치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여야 합의가 불발된 만큼 처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국회 입법 절차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재안으로 패스트트랙 안건을 낸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우리가 그동안 10여회에 걸쳐 법안 수정을 논의했지만, 합의 처리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핵심 처리 안건으로 상정을 제안하게 됐다. 우리 다음 세대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게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이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가면 도리어 유치원 교육의 정상화를 지연시킬 뿐”이라며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는 취지는 유치원법 시행을 늦추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이 든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330일 뒤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 중재안에 ‘비리 유치원 처벌 1년 유예’ 조항이 있어, 330일 뒤 본회의에 처리될 경우 실제 처벌은 2년 뒤에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실제로 법을 2년 이후 시행하는 더 나쁜 선택을 하는 과오를 범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비민주주의 절차로 처리하는 건 대한민국 교육 백년대계를 망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항의했다.
한국당 교육위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이찬열 교육위원장에게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를 촉구하면서 “저희들은 갖은 모욕과 비난을 받으면서도 정말 진지하게 법안을 제출했는데, 패스트트랙은 합의 정신에도 어긋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정말 참담하다”며 “의정 활동에 끔찍한 일로 평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도 “패스트트랙이란 이름이 대한민국 교육, 유치원 사태를 더욱 혼란스러운 길로 가게 할 것”이라며 김 의원을 거들었다.
민주당ㆍ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한국당 반발에도 잇따라 패스트트랙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항의 차원으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김 의원은 “이렇게 처리하면서 아이들 핑계를 대면 안 된다”며 “진정 아이들을 위한다면 저희 한국당 안을 받으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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