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7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이른바 ‘김용균법’을 처리했다. 여야가 사업주 책임과 과징금 부과액 등 두 쟁점에 합의,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타결됐다. 11일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이후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달라’는 광장의 절규 속에 때늦은 공방을 벌이며 막판까지 몰렸지만 12월 법안 처리 약속은 겨우 지킨 셈이 됐다. 법안 처리는 2016년 ‘구의역 사고’ 이후 개정 요구가 나온지 2년 7개월 만으로, 만시지탄이지만 해를 넘기지 않고 국회를 통과한 것만도 다행이다.
여야가 31일 국회 운영위를 소집,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을 상대로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 등을 추궁키로 합의한 것도 정치 복원으로 평가할 만하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정감사 등을 제외하고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는 전례를 들어 끝까지 버텼지만 특감반 문제가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번진 이상 야당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6개 특위의 활동 기한 연장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관련 논의의 연속성을 확보한 것도 성과다.
다만 여야가 산업안전법 처리에 몰두하면서 ‘유치원 3법’을 포함한 대부분 민생ㆍ개혁 입법은 줄줄이 내년으로 넘어갔다. 유치원 개혁법안을 논의할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는 이날만 두 차례 연기된 끝에 무산됐고, 자유한국당이 강력 반대한 관련 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최장 330일까지 처리가 지연될 공산이 커졌다. 한국당의 사립유치원 비리 외면 행위는 유권자들이 표로서 응분의 책임을 물을 일이지만 민생개혁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여당의 정치력 부재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무는 막중한 데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다. 지난주 12월 임시국회를 개원해 놓고도 정쟁에 몰두하다 ‘석양에 바빠진’ 정치권의 입장이 이와 다르지 않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보여준 협치 정신을 살려 내년 1월15일까지인 임시국회 기간 에는 민생ㆍ개혁 입법을 반드시 처리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