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국민 화나게 한 수많은 이슈
내년에도 논란과 갈등 야기할게 뻔해
화 참고 결과 지켜본 뒤 표심 발휘를

2018년의 첫날, 한국 사회를 향한 한국일보의 첫 일성(一聲)은 ‘성난 사회, 화 좀 내지 맙시다’였다. 개인이나 집단 간, 그리고 국가와의 갈등을 일으키는 ‘화’의 원인과 발생 구조를 살펴본 기획이었다. 기사에 반복적으로 열거된, ‘화’의 구조적 배경이나 원인과 연결지을 수 있을 만한 단어를 추출해 보니 주로 이런 것들이었다. 불안, 소외, 무시, 무관심, 혐오, 차별, 낙오, 배신, 좌절, 격차, 불평등, 불공정, 양극화, 성과 지상주의, 무한경쟁…. 과연 저 단어들이 홀로 혹은 둘 이상이 모여 채운 질곡을 풀어 헤치고 웃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기사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의문을 살짝 틀어 다시 소환해 본다. 2018년 우리 사회의 ‘화’는 가라앉았을까, 돋우어졌을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2018년 한 해 동안의 사설 제목을 훑어보고, 각 언론사들의 연말 결산 기사를 읽으며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한 이슈를 추려 봤다. 언론 속성 탓도 있겠지만, 사설 소재로 다룬 이슈는 대부분 정치ㆍ사회적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자 결과였다. 정책이 나오고, 갈등이 생기고, 해결책이 다시 갈등을 촉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상치 못한 반발과 부작용에 혼란이 일고, 두더지 게임처럼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튀어나오는 현상도 빚어졌다. 찬성-반대, 추진-저지, 수용-반발, 촉구-거부 같은 말이 이슈에는 늘 따라붙었다. 그 이슈들은 누군가의 ‘화’를 돋우거나 좌절을 안기고, 낭패를 맛보게 하며 차곡차곡 울화가 쌓이게 하다 급기야 다양한 형태로 ‘화’를 분출케 했을 것이다.

단발성이 아닌, 올해의 처음과 끝을 죽 관통한 이슈들이 특히 그랬다. 북핵, 최저임금, 일자리,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갑질, 미투, 대체복무, 채용비리, 집값, 사법농단, 규제 완화 등등…. 남북의 전례없는 밀월은 보수 ‘태극기’의 반발을 샀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혔으며, 비정규직 제로화 추진은 깊은 실망의 골만 남겼다. 기득권자들의 갑질은 을들의 분노를 샀고, 채용비리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공분을 초래했다. 대체복무는 그 대의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반발을 불렀고, 미투는 긍정적 성과와 함께 부작용도 낳았다. 미친 집값과 무기력한 대책은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 사법농단 사태는 사법정의가 존재하는지 회의하게 만들었으며, 어설픈 공론화와 대입 개편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와 경기 회복은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다. 새해 벽두부터 터진 제천ㆍ밀양 참사부터 연말 강릉 펜션 참사까지, 대형사고는 안전에 취약한 우리 사회 후진성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런 사회 이슈를 1년 내내 목도하고 체감하면서 단 한번도 ‘욱’하거나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국가 정책과 사회 구조가 야기한 우리 사회의 ‘화’를 풀어 줘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관건은 그 ’화’를 다루는 능력의 유무다. 올해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결코 가볍지 않은 저 이슈들과 논란은 세밑까지 종결되지 않은 채 내년에도 계속될 사안이다. 특히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는 영세기업ㆍ소상공인ㆍ자영업 위기 문제 등과 짝을 이뤄 2019년을 넘어 문재인 정부를 집권기간 내내 괴롭힐 태세다. 그럼에도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실태와 동떨어진 사변적, 주변적 대책으로 대응한다면 우리 사회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를 가를 중대한 해다. 대다수 국민들은 ‘화’를 꾹꾹 눌러 가며 우리 사회가 여전히 살만한 곳인지, 아니면 계속 살아내야만 하는 곳인지를 따질 것이다. 그리고 내후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정말 ‘화’를 낼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다. 정부는 드러나는 ‘화’보다 국민들의 조용한 인내가 더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기해년에는 ‘화’를 내지 말고 한번 참아보자. 정부가 더 긴장하도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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