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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피해, 첨단과학으로 줄인다] <중>화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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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피해, 첨단과학으로 줄인다] <중>화재 대응

입력
2018.12.28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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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피해, 첨단과학으로 줄인다 <중> 화재 대응]

지난해 대규모 화재로 큰 피해를 냈던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와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는 한꺼번에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복합시설이었다. 모두 지역 주민들이 많이 몰리는 건물이지만, 화재 대비엔 취약했다. 특히 메타폴리스는 66층의 초고층건물인데도 화재 대응의 기본인 경보기 관리마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초고층건물이 많은 나라다. 현행법에서 초고층건물은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축물을 말한다. 최근 유통업계의 복합쇼핑몰 출점이 늘면서 11층 이상이거나 하루 수용 인원이 5,000명 이상이고 지하철역사나 지하도상가와 연결된 복합건축물 역시 급증해왔다. 이런 대형 건물은 사람들의 이동 거리가 길어 큰불이 날 때 위험이 배가된다.

초고층건물이나 복합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대개 10분 이내다. 하지만 비상계단으로 전체 인원이 대피하려면 보통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를 줄이기 위해 최근 선진국에선 주요 건물에 피난 안전구역과 피난전용 승강기를 도입하고 있다. 일정한 층 간격을 두고 빈 공간을 확보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한 다음, 이곳에서 안내방송에 따라 피난전용 승강기에 탑승해 화재 건물을 탈출하게 하는 방식이다.

불이 났을 때 승강기에 타면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연기가 기류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이른바 ‘굴뚝 효과’ 때문에 승강기 내부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난전용 승강기는 다르다. 연기가 침투하지 못하게 설계하고, 내열성 자재로 예비전원까지 갖춰 설치한다. 초고층건물과 복합건축물의 화재 대응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복합재난대응연구단의 채승언 수석연구원은 “국내법에도 초고층건물 등에는 피난 안전구역이나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하게 돼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며 “건물의 형태나 용도마다 최적화한 피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2월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고양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복합재난대응연구단이 개발, 시험 중인 여러 가지 화재 대피용 터널들이 설치돼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경기 고양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복합재난대응연구단이 개발, 시험 중인 여러 가지 화재 대피용 터널들이 설치돼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피난 안전구역이 있다 해도 사람들이 연기를 피해 그곳으로 이동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에 연구단은 ‘에어 커튼’ 방식의 제연설비로 둘러싸인 대피통로를 개발해 내년 중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연설비는 평소엔 작동하지 않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터널을 그리듯 위에서 아래로 얇은 두께의 공기막을 빠른 속도로 내려보낸다. 공기막이 연기를 차단하는 동안 안쪽에 만들어진 터널 모양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피난 안전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연기는 물론 사람의 이동까지 막아버리는 방화 셔터와 다르다.

불과 연기가 확산하는 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고 강력해진다. 연구단에 따르면 3층 건물은 5분이면 전소될 수 있다. 채 연구원은 “짧은 대피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연기를 막으면서 사람들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형성하려면 얼만큼의 양과 압력으로 공기를 내보내야 하는지를 실시간 자동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부분은 어디에 몇 명이 고립돼 있는지를 파악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단은 건물 주요 위치에 배치된 폐쇄회로(CC)TV나 카메라 데이터를 활용해 들고나는 인원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이 같은 화재 대응 기술들은 연구단이 구축 중인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에 모두 탑재될 예정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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