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 촉진법 국회 통과 불발
오락가락 정책에 학생ㆍ학부모 혼란
초등학교 1, 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이 27일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초등 1, 2학년의 방과후 영어 금지를 풀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법 개정이 불발되면서 학생ㆍ학부모 혼란도 커지게 됐다.
26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던 공교육정상화법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가 미뤄지면서 불발됐다. 현안이 밀린 국회 일정상 심사 기간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의 국회 통과가 미뤄지면서 사실상 내년 3월부터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교육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1월에 임시국회가 열려 통과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학교 현장에서 시행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결정이 교육부 방침으로 철회된 상황에서 초등 1,2학년은 내년에도 영어교육 사각지대에 남게 됐다. 조만간 방과후 영어수업이 허용될 것이라 기대했던 학부모들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배모(39)씨는 “정부가 갑자기 방침을 바꾼 탓에 뒤늦게 계획에도 없던 영어 온라인수업을 등록해 공부를 시켜왔다”며 “교육부의 말만 들어선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보니 부모들 사이에선 ‘정부에 휘둘리지 말고 알아서 학습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초등 3학년 이후 영어교육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적기교육’ 원칙은 지난 1년간 끊임없이 흔들렸다. 당초 정부는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을 시행하면서 초등 1, 2학년 정규 영어교육은 금지하면서도 방과후 영어는 2018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뒀다. 법에 정한 시한이 다가오자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초등학교 1, 2학년 교육과정에도 빠져있는 영어수업을 유치원에서 하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방과후 영어 금지 대상을 유치원에까지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강한 반대여론에 부딪혀 결국 약 20일만에 '유치원 확대 결정을 1년 유예하고 공론화에 부친다’고 물러섰고, 결국 초등 1, 2학년만 정규교육과정도, 방과후 영어도 하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로 새 학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유 부총리가 지난 10월 취임 이틀 만에 유치원 방과후 영어 금지 방침 철회를 결정하면서 김상곤 전 부총리가 밀어붙이던 영어교육기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 부총리는 이어 “초등 1, 2학년에 대해서도 현장의 요구에 따라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회도 지난 1월 발의돼 계류 중이던 관련 법안 심사에 속도를 냈지만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책 번복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정부가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 허용 방침을 밝힌 뒤 실시된 2019학년도 서울시내 사립초교 입학전형에서 경쟁률이 반등하는 등 작은 발언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며 “영어 방과후 허용의 영향을 심도 있게 고려한 정책 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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