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일 동안 세계 최장기 굴뚝 농성을 해 온 파인텍 노조가 27일 사측과 얼굴을 맞대고 3시간 동안 교섭을 진행했다. 김세권 스타플렉스(파인텍 모회사) 사장이 처음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도 큰 진전이다. 이날 노사 양측이 서로 의견 차이만 확인하는 선에서 협상은 끝났으나 일단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갈등의 골이 깊었던 만큼 한술 밥에 배부른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29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데다 노사 양측이 난맥상을 풀어보자는 의지가 강해 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7년 11월 12일 파인텍 노동자들의 목동 열병합발전소 고공 농성이 시작된 이후 노조 측은 스타플렉스 본사 앞 연좌 농성, 공문 발송 등으로 끈질기게 사측에 교섭을 요구해 왔다. 그간 홍기택 금속노조 전 파인텍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 등은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플렉스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여 왔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으로 공장운영이 어려워졌다며 일절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농성은 장기화했고 지금 이들은 몸무게가 50kg 전후로 줄어드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다수 국회의원이 농성장을 방문한 데 이어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 관계자의 중재로 상황이 급진전됐다. 파인텍 노조의 고공 농성은 2015년 차광호 현 파인텍지회장이 구미공장에서 세운 기록 408일까지 보태면 총 819일에 이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정치권이 무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파인텍 관련 노동자 숫자가 불과 5명이라 정치권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수 있다. 특히 정부는 노사 문제는 노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수수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하지만 이 같은 처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과연 이들뿐일까. 지금 정부가 챙겨야 할 곳은 연봉 1억원에 달하는 귀족 노조가 아니다. 파인텍처럼 숫자가 적거나 아예 노동조합조차 구성할 수 없는 중소ㆍ영세 사업장이다. 이들은 소송이나 농성을 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가 더욱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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