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사나이’ 손흥민(26ㆍ토트넘)의 진화가 매섭다. 12월만 되면 달아오르는 손흥민의 발등이 올해 더 뜨거워지면서 소속팀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손흥민의 득점이 터지는 날이면 꼭 2점차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 왼발과 오른발, 득점 위치를 가리지 않는 그의 전천후 활약이 빛을 발하면서 ‘손흥민 골=완승’의 공식도 굳어져가고 있다.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본머스와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은 손흥민은 EPL무대 진출 이래 최단시간 시즌 10호 골을 달성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두 경기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5-0 대승을 거두며 맨체스터 시티(승점 44)를 제치고 2위(승점 45)로 올라섰다.
현지 언론들은 물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6) 감독도 이날 경기 후 손흥민을 두고 “믿기 어려운 수준의 선수”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여름 소속팀 일정들 사이에서 러시아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차례 국내 평가전을 치르며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펄펄 날기 시작했다.
포체티노 감독 말처럼 손흥민의 올해 기량은 세계 최고 공격수들이 모인 EPL무대서도 도드라진다. 지난 11월 1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카라바오컵 16강전 멀티골을 시작으로 해를 넘기기 전에 시즌 10번째 골을 몰아넣었다. 8골에 그친 첫 시즌(2015-2016) 이후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인데, 2016-2017시즌(2017년 1월 29일), 2017-2018시즌(2018년 1월 5일)과 견줬을 때 10호골을 찍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의 위력을 더 실감케 하는 대목은 득점 패턴의 다양성이다. 이번 시즌 그가 기록한 10차례 득점을 분석해보면 왼발과 오른발 슛은 각각 5차례로, 어느 위치에서든 양발을 가리지 않고 골을 퍼부었다. 이날 본머스전 두 번째 골처럼 골 문 앞에서 좋은 위치선정으로 손쉽게 득점하는가 하면, 지난달 25일 첼시전처럼 50m를 홀로 돌파한 뒤 골망을 출렁이는 등 득점 방식도 다양했다. 언제 어떤 위치에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단 얘기다. 영국 매체 ‘미러’는 지난 20일 토트넘과 아스널의 대결을 분석하면서 손흥민의 왼발 득점을 놓고 “한쪽 발만 사용하는 공격수였다면 기회를 놓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펄펄 나는 손흥민 활약에 포체티노는 물론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준비 중인 파울루 벤투(49) 감독도 싱글벙글인 데다, 손흥민 자신도 아시안컵 차출로 인한 공백 부담을 일찌감치 덜어 낸 모습이다. 반대로 손흥민을 막아내야 할 팀들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부터 합류하는 손흥민이 가장 먼저 상대 할 중국부터 아우성이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손흥민의 본머스전 2골 활약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은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을 만나는 첫 상대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손흥민을 어떻게 막아낼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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