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에서 활동하다 수사 당국에 협조했던 조직원의 형제가 크리스마스 날 저녁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리퍼블리카 등 외신들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피해자는 마피아 조직원이 아니었지만 과거 조직을 배신했던 형제를 대신해 보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25일 오후 이탈리아 동부 해안에 위치한 페자로에서 차고에 차를 주차 중이던 마르셀로 브루제세(51)라는 남성이 복면을 쓴 괴한 두 명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마르셀로 브루제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으며 눈을 제외한 얼굴을 완전히 가린 두 명의 용의자는 주거지 주변에서 그를 기다렸다가 최소 20발의 총을 난사했다. 근처에 있던 한 주민은 “마치 폭죽 소리 같았다”고 사건 당시를 회상했다. 마르셀로 브루제세는 개를 데리고 인근을 산책 중이던 한 소녀에 의해 발견됐으며 자동차 핸들 위에 엎드린 상태였다.
경찰은 마르셀로 브루제세의 죽음이 이탈리아 마피아 간의 분쟁에 깊숙이 연루됐던 그의 가족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마르셀로 브루제세의 형제로,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방을 근거지로 하고 있는 코카인 밀수 조직 은드란게타의 전 조직원이었던 지로라모 브루제세의 과거 행적이 이번 사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브루제세 가문의 비극은 1995년 브루제세 형제의 아버지인 도미니코 브루제세의 피살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은드란게타의 보스 테오도르 크레아의 오른팔이었던 도미니코 브루제세는 매복 중이던 괴한들에 의해 살해 당했다. 용의자의 신원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크레아 측의 공격이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 후 마르셀로의 형인 지로라모 브루제세는 본격적으로 마피아에 가담했고 2003년 10월에는 내부 분쟁 끝에 크레아를 저격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당시 숨진 줄 알았던 크레아는 생명을 부지했다.
얼마 후 위기감을 느낀 지로라모는 경찰을 찾아 본격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지로라모의 증언에 힘입어 수사 당국은 마피아 주요 요인을 검거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배경을 살펴볼 때 이번 마르셀로 피살 사건 역시 은드란게타 조직이 ‘배신자’ 지로라모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마르셀로가 성탄절에 피살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 수사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내부 협조자의 신변 보호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으로 인식되면서 당국의 마피아 수사가 큰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브루제세 가문이 연루된 은드란게타에 대한 수사는 물론 다른 마피아 수사 역시 내부 제보자들이 협조에 소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리퍼블리카의 보도에 따르면 은드란게타는 무려 30개국에 연계 조직을 두고 있으며 활동 중인 조직원만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사기관은 은드란게타의 2013년 범죄 수익 규모가 맥도날드와 독일 은행을 합친 매출 수준과 비슷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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