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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확실한 시대, 반성과 성찰 담은 수작들 많았다

입력
2018.12.28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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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총평]

지난 22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열린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의 최종 선정작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이현우 서평가,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김경집 인문학자,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류효진기자
지난 22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열린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의 최종 선정작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이현우 서평가,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김경집 인문학자,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류효진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빅 데이터’ 시대를 지나 ‘텔레메트리’ 시대로 진입했다. 스마트폰에 알고리즘만 심어놓으면 말로 물어도 모든 대답을 즉각 해주기 시작했다. 모든 플랫폼이 검색형 체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우리는 머지않아 스마트폰에 무엇이든 물으면 1초 이내에 정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패트릭 터커가 ‘네이키드 퓨처’(와이즈베리)에서 “학습은 더 수월해지고 훨씬 더 많은 부분이 학교 밖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며 이 모든 요소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학교와 교사의 중요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한 현실이 구체화되고 있다.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출현하게 된 ‘트럼프 체제’는 개별 국가에는 각자도생을, 개인에게는 적자생존을 강요하고 있다. 로봇이 제조 공정에 투입되면서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인건비 때문에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했던 아디다스가 독일로 돌아와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갖추어 50만결레의 신발을 10명이 생산한다. 이전에는 600명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경기 평택의 미래원이란 기업은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에서 로봇만을 활용해 어린잎 채소를 키워내고 있다. 식물공장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계절 내내 안정적으로 채소를 공급할 수 있고, 농약을 칠 필요가 없어 완벽한 무공해 먹거리를 생산한다. 이렇게 스마트팩토리는 노동자의 인력 감축을 수반한다. 덕분에 우리는 하룻밤 자고 나면 하나의 직업이 사라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인간이 갖춰야 할 교양이란 무엇일까? 제59회를 맞는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교양 부문 본심에 오른 10권의 책은 그에 대한 해답을 알려준다. 심사위원들은 어떤 책이 수상작이 되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간이 만든 문명이나 제도, 혹은 과거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는 이 책들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식용으로 사육되는 닭과 개와 돼지의 모습을 그린 ‘고기로 태어나서’와 중증 외과 의료 시스템에서 생사의 경계를 헤매는 이들의 사투를 그린 ‘골든아워’가 안겨 주는 묵직한 울림은 올해 최고의 수확임에 틀림없다. 학술 부문 수상작인 ‘한반도 화교사’ 또한 소수약자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질타하는 수작이었다.

한 권의 책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분명한 우주이다. 편집자는 행간과 여백마저 배려하는 편집으로 인간이 우주에 쉽게 다가가게 만들어야 한다. 또 편집자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편집자 정신은 자본으로 쉽게 책을 만들려는 얄팍한 상혼을 이긴다. ‘안평’과 ‘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가 그걸 증명한다.

국내 학자들의 저술에 비해 인간의 다양한 관심에 부응하는 수준 높은 번역서는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원작이 갖는 묵직함과 시의성에 맞는 ‘카를 마르크스’가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바람에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천착과 노력이 돋보이는 노승영이 올해도 수상자가 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기술의 급속한 진전으로 10대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적 상상력이다. 올해에도 어린이ㆍ청소년 분야뿐만 아니라 성인 분야에서도 소설적 상상력의 부진은 큰 숙제로 남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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