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심사평]

편집자는 누구인가. 무슨 일을 하는가. 정보의 기본 모양이 선형성에서 다형성으로 전환되고 있는 그래픽인터페이스 시대의 책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화면 읽기’의 전면적 범람 속에서 편집은 책의 무엇을 지키면서 어떻게 진화시켜야 하는가. 올해, 편집 부문의 논의는 여기에 집중되었다.

정보에 적절한 형태와 물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원고는 책이 아니다. 편집의 힘이 얼마만큼 발현되었느냐에 따라 저자의 연마된 지성과 정련된 표현이 독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한 적합한 형태를 얻을 수 있다. 내용만 그럴듯한 허접한 책들은 출판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들고, 질 낮은 일러스트나 이유 없는 컬러 인쇄 등으로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과한 디자인은 책의 품격을 증발시킨다.

‘안평’(알마)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안평대군의 일생을 복원한 저자의 노고에 걸맞은 뛰어난 편집력을 보여 준 책이다. 시와 산문, 그림과 지도, 소제목과 각주가 함께 어울리는 복잡한 학술서 편집이야말로 서체나 색깔 등 편집소를 최소화하는 절제미로만 달성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행간과 자간, 본문과 여백의 적절한 조화만 있으면 먹 1도로도 훌륭한 가독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얇지만 비침 없는 종이를 사용하는 등 단단한 만듦새만으로도 책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원고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이런 책을 만든 편집자와 일하고 싶을 것이다.

또한 지식의 심도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화면에 넘쳐나는 ‘가벼운’ 콘텐츠의 심층을 파고들려는 인간의 호기심과 부박한 일상의 경험을 고양하려는 탐구 정신은 결코 충족되지 않을 것이다. 편집자들은 무거운 짐을 진 채 저자를 부추기고 독자를 불러들여 함께 먼 길을 걷자고 끝없이 제안할 것이다.

‘한국역사연구회시대사총서’(전10권ㆍ푸른역사)는 평생 역사서 한 분야에 천착한 한 편집자의 분투와 노력을 담은 거작이다. 2002년 첫 기획에 돌입한 이래, 무려 16년 동안 수십 명의 필자를 이끌고 한국사의 막막한 광야를 가로지른 셈이다. 부박한 트렌드에 몸을 던져 단기 과실을 따는 출판사들로서는 꿈에서도 이루지 못할 위업으로 마땅히 기념할 가치가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