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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일해야 영어 시험 한 번” 비싼 자격증 응시료에 우는 취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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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일해야 영어 시험 한 번” 비싼 자격증 응시료에 우는 취준생들

입력
2018.12.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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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모 서점이 기업별 인성 및 적성검사 관련 서적들을 따로 분류해 놓았다. 전근휘 인턴기자
서울 시내 모 서점이 기업별 인성 및 적성검사 관련 서적들을 따로 분류해 놓았다. 전근휘 인턴기자

지나치게 비싼 각종 자격증 응시료가 취업 준비생들을 옥죄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인크루트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들이 생활비를 제외한 자격증 취득 등 취업 비용으로 월 평균 21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취업에 성공한 김효식(26)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기업의 인성 및 적성 검사용 책을 구입하느라 월 평균 3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기업별로 1권 당 2만원이지만 여러 기업의 입사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가격이 몇 곱절 뛴다. 총 12개 기업의 시험을 준비한 김씨는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인 월 60만원의 절반을 책값으로 썼다.

여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 어학 자격증 시험 응시료로 나간다. 토익은 특별 접수 시 응시료가 약 5만 원, 영어 말하기 시험인 오픽(OPic)은 약 8만 원이다. 보통 취준생들은 이런 시험들을 2,3회 이상 보기 때문에 응시료는 금세 20만원을 넘어간다. 김 씨는 “올해 최저시급 7,530원 기준으로 하루 10시간 일해야 영어 말하기 시험을 한 번 치를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응시료가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어학원 홈페이지에 격주로 응시 가능한 토익 시험 일정과 비용이 나와 있다. 정기접수기간이 지나면 4,400원의 추가 비용을 받는다. YBM 홈페이지
어학원 홈페이지에 격주로 응시 가능한 토익 시험 일정과 비용이 나와 있다. 정기접수기간이 지나면 4,400원의 추가 비용을 받는다. YBM 홈페이지

금융권 및 유통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박희연(가명·25)씨는 1년 간 자격증 취득에 100만원 가까이 썼다. 1년 간 준비하면서 한국사 1회, 토익 8회, 영어 말하기 시험 2회, 필기와 실기를 합쳐 약 4만원의 비용이 드는 컴퓨터활용능력시험을 총 4회 응시했다. 취업 비용 부담을 덜고자 대형 마트에서 주류 판매 아르바이트를 한 그는 “온종일 일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돼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다”며 “자격증은 만료기한이 있어서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시험을 다시 봐야 해 비용이 추가로 든다” 고 말했다.

산업현장에 취업하기 위한 국가기술자격증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전기산업, 기계설계, 정보처리기사 등의 자격증 시험은 필기와 실기시험을 합쳐 비용이 4만~5만 원 가량 든다. 재료비가 필요한 화학분석기사 시험은 실기만 약 6만 원, 용접기술기사 시험은 필기 실기 합쳐 15만원이 필요하다. 피부, 네일, 헤어 등 미용기술자격증은 시험용 재료비가 10만~30만 원에 이르는데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시험 응시료만 약 30만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무전무업(無錢無業), 즉 ‘돈 없으면 취업도 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준비생들은 각종 자격증 취득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아직도 많은 기업의 입사 공고에서 어학점수 등을 필수 요건처럼 내걸기 때문이다. 박희연씨는 “일부 어학 자격증이 실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들 다 갖고 있는 흔한 조건이어서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나마 정부 지원 제도를 이용하면 자격증 응시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는 고졸, 대졸 미취업자나 재학생 가운데 고교 3학년생, 대학 마지막 학기 재학생을 대상으로 3개월 간 월 30만원의 구직 지원금을 제공한다. 여기에 취업 상담가의 취업 정보 서비스도 지원한다. 지원금 및 관련 서비스를 받으려면 고용노동부의 취업포털인 워크넷에서 신청서 양식을 내려 받아 작성한 뒤 워크넷으로 온라인 접수하거나 우편을 이용해 지역 고용센터에 보내면 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새로 등장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지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34세 청년 중 학교를 졸업 또는 중퇴한 지 2년 이내의 중위소득 120%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월 50만원씩 정부와 제휴를 맺게 될 카드사의 포인트 형태로 지급한다. 중위소득 120% 이하는 4인 가구 기준 월 가계소득 554만원 이하에 해당한다.

단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취업 상담이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취업이나 창업 시 지급이 중단된다. 고용노동부의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늘려주기 위해 지원금을 도입했다”며 “현재 약 8만 명을 지원 대상으로 보고 1,582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내년 3월부터 생애 딱 한번만 신청 가능하며 취업성공패키지와 중복 수령을 할 수 없다. 신청방법은 향후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은 필요에 따라 청년구직수당을 고를 수 있다. 취업정보서비스를 원하면 취업성공패키지, 정보 서비스보다 더 많은 금전 지원이 필요하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신청하면 된다.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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