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비싼 각종 자격증 응시료가 취업 준비생들을 옥죄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인크루트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들이 생활비를 제외한 자격증 취득 등 취업 비용으로 월 평균 21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취업에 성공한 김효식(26)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기업의 인성 및 적성 검사용 책을 구입하느라 월 평균 3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기업별로 1권 당 2만원이지만 여러 기업의 입사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가격이 몇 곱절 뛴다. 총 12개 기업의 시험을 준비한 김씨는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인 월 60만원의 절반을 책값으로 썼다.
여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 어학 자격증 시험 응시료로 나간다. 토익은 특별 접수 시 응시료가 약 5만 원, 영어 말하기 시험인 오픽(OPic)은 약 8만 원이다. 보통 취준생들은 이런 시험들을 2,3회 이상 보기 때문에 응시료는 금세 20만원을 넘어간다. 김 씨는 “올해 최저시급 7,530원 기준으로 하루 10시간 일해야 영어 말하기 시험을 한 번 치를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응시료가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금융권 및 유통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박희연(가명·25)씨는 1년 간 자격증 취득에 100만원 가까이 썼다. 1년 간 준비하면서 한국사 1회, 토익 8회, 영어 말하기 시험 2회, 필기와 실기를 합쳐 약 4만원의 비용이 드는 컴퓨터활용능력시험을 총 4회 응시했다. 취업 비용 부담을 덜고자 대형 마트에서 주류 판매 아르바이트를 한 그는 “온종일 일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돼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다”며 “자격증은 만료기한이 있어서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시험을 다시 봐야 해 비용이 추가로 든다” 고 말했다.
산업현장에 취업하기 위한 국가기술자격증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전기산업, 기계설계, 정보처리기사 등의 자격증 시험은 필기와 실기시험을 합쳐 비용이 4만~5만 원 가량 든다. 재료비가 필요한 화학분석기사 시험은 실기만 약 6만 원, 용접기술기사 시험은 필기 실기 합쳐 15만원이 필요하다. 피부, 네일, 헤어 등 미용기술자격증은 시험용 재료비가 10만~30만 원에 이르는데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시험 응시료만 약 30만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무전무업(無錢無業), 즉 ‘돈 없으면 취업도 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준비생들은 각종 자격증 취득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아직도 많은 기업의 입사 공고에서 어학점수 등을 필수 요건처럼 내걸기 때문이다. 박희연씨는 “일부 어학 자격증이 실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들 다 갖고 있는 흔한 조건이어서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나마 정부 지원 제도를 이용하면 자격증 응시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는 고졸, 대졸 미취업자나 재학생 가운데 고교 3학년생, 대학 마지막 학기 재학생을 대상으로 3개월 간 월 30만원의 구직 지원금을 제공한다. 여기에 취업 상담가의 취업 정보 서비스도 지원한다. 지원금 및 관련 서비스를 받으려면 고용노동부의 취업포털인 워크넷에서 신청서 양식을 내려 받아 작성한 뒤 워크넷으로 온라인 접수하거나 우편을 이용해 지역 고용센터에 보내면 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새로 등장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지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34세 청년 중 학교를 졸업 또는 중퇴한 지 2년 이내의 중위소득 120%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월 50만원씩 정부와 제휴를 맺게 될 카드사의 포인트 형태로 지급한다. 중위소득 120% 이하는 4인 가구 기준 월 가계소득 554만원 이하에 해당한다.
단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취업 상담이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취업이나 창업 시 지급이 중단된다. 고용노동부의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늘려주기 위해 지원금을 도입했다”며 “현재 약 8만 명을 지원 대상으로 보고 1,582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내년 3월부터 생애 딱 한번만 신청 가능하며 취업성공패키지와 중복 수령을 할 수 없다. 신청방법은 향후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은 필요에 따라 청년구직수당을 고를 수 있다. 취업정보서비스를 원하면 취업성공패키지, 정보 서비스보다 더 많은 금전 지원이 필요하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신청하면 된다.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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