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 달 전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 대비’라는 이유를 들어 자국 내 여러 지역에 선포했던 계엄령을 26일(현지시간) 해제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국방위원회 회의에서 “오늘 오후 2시부터 모든 지역에서 계엄령이 해제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나의 원칙적 결정으로, 국가 안보 상황의 여러 요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 동맹국들의 지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한 뒤 “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로운 레드라인을 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5일 케리츠해협에서 발생한 러시아군의 자국 함정(해군 함청 2척, 예인선 1척) 나포ㆍ억류 사건이 발생하자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튿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자국 내 지역 10곳과 아조프해역 등에 계엄령을 선포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간은 일단 11월 28일 오전 9시부터 30일간으로 정해졌다. 당시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군함의 영해 침범에 따른 합법적 조치라고 주장했으나, 포로셴코 대통령이 “자유항행을 방해하는 공격 행위”라며 정면 대응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포로셴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두고 ‘내년 3월 31일 대통령 선거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여론 조사에서 그는 차기 대선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았었는데,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의도적으로 군함 도발 사건을 일으킨 뒤 대선 자체를 연기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었다. 때문에 당초 예정보다 약간 이른 시점에 나온 이번 ‘계엄령 해제’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의심의 시선을 불식시키려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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