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배우' 타이틀을 거머쥔 배우 하정우는 지난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했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유명세를 탔고, 2008년 '추격자'로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그는 15년간 열정적으로 한길을 걸어왔다.
'1억 배우'는 한 배우가 출연한 영화의 관객수를 모두 합쳐 1억 명이 넘었을 때 붙게 되는 수식어다. 하정우는 오달수·송강호·황정민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1억 배우'가 됐다.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하정우는 보다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도전과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26일 개봉한 영화 'PMC: 더 벙커' 역시 도전 정신이 빛나는 작품이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호흡했던 김병우 감독과 함께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PMC: 더 벙커'는 개봉 첫날 전체 영화 예매율 1위에 오르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되어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생존액션극이다.
기존 한국 영화와는 전혀 다른 편집, 촬영, 액션 시퀀스가 펼쳐지며 '1인칭 블록버스터'라는 평을 얻고 있다.
최근 개봉을 앞두고 만난 하정우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신선함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어 영화가 '모 아니면 도'라며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게임에 친숙한 1020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러 수식어가 붙으며 하정우를 향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만큼 매 작품 내놓을 때마다 중압감은 더욱 클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하정우는 "걱정해서 될 부분은 아닌 거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냥 연승은 할 수 없잖아요. 때로는 패배할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영화에서 승패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하정우는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점점 내려놓는 부분이 있는 거 같다"고 했다. 작품에 임할 때는 엄청나게 긴장이 된다고 고백했다.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감독과 스태프들을 비롯한 팀 전체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작품의 흥행이 모두가 잘되는 길이기 때문에 조마조마한 심정이란 설명이었다.
영화에 매진하고 있는 하정우는 드라마에서 만나기 어려운 배우 중 하나다. 드라마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는 일정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드라마 제의가 있긴 한데, 영화는 미리 작품을 계획할 수 있거든요. 드라마는 6개월 전이나 1년 전에 얘길 하니까 그땐 이미 다른 작품을 계획하고 있는 상태여서 스케줄 잡기가 어려웠어요. 참 주옥 같은 드라마가 많았는데...하하."
이번에 액션 연기로 관객을 만나는 하정우는 개봉을 앞둔 영화들 역시 남배우들과 호흡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클로젯'에서 김남길과 연기했고 '백두산'에선 이병헌과 호흡을 맞춘다. 최근 수지가 '백두산' 출연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져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하정우는 "와이프 역할로 수지가 결정되면 뭐하나. 영화에서 (스토리상) 만날 일이 없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스톤 1947'과 '피랍' 역시 남자들과 출연하는 영화라고 설명하던 그는 "다 찍고 나면 마흔 네 살이 된다"며 한숨을 내쉬어 다시 한 번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하정우가 일부러 로맨스 장르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달콤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털어놨다.
"기획되는 영화, 받는 영화들이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요.(웃음) '뉴욕의 가을'이나 '러브어페어' 같은 영화를 정말 찍고 싶거든요. 그런데 요즘 영화에선 그런 기획이 없어요. (로맨스를) 드라마에서 많이 하기 때문에 영화에선 혼합 장르가 주로 기획되죠. 러브라인을 넣으면 '왜 거기에 러브라인을 넣냐'는 얘기가 나오고요. 언젠가 저도 로맨스 연기 할 수 있겠죠?"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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