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목소리로 듣는 분열성적표'
⑥ 박옥선 중국동포지원센터 대표ㆍ1998년 한국 귀화 중국동포
“‘황해’, ‘신세계’, ‘아수라’, ‘차이나타운’, ‘청년경찰’, ‘범죄도시’. 이 영화들에는 공통으로 중국동포가 악역이나 범죄자로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는 중국동포들이 모여 사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일대를 범죄소굴로 묘사하고 중국동포를 청부살인과 인신매매는 물론, 소녀들의 난자적출까지 일삼는 불한당으로 매도하죠.
올해로 한국에 온 지 27년이 됐지만, 중국동포에 대한 인식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2년 전 ‘청년경찰’이 개봉했을 땐 하루가 멀다고 제가 대표로 있는 중국동포지원센터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라며 상담을 신청하는 학부모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영화에서, 안방극장에서, 국민 예능프로그램에서 중국동포를 왜곡되게 그려 혐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까 두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집회를 열어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어요.
미디어가 중국동포를 소비하는 방식은 무의식 중 많은 한국인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대학에서 다문화 특강을 할 때마다 첫머리에 “중국동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느냐”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연쇄살인범, 칼부림, 보이스피싱’ 같은 부정적 단어가 되돌아옵니다. “그런 중국동포를 만나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식당 종업원 말고는 본 적이 없대요. 일상생활에서 중국동포 흉악범을 본 적도 없으면서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에 막연히 ‘그럴 것이다’며 혐오를 하는 거예요.
지난해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어땠나요? 범죄 자체도 잔인했지만, 중국동포들은 “가해자가 중국동포”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에 퍼진 거짓 혐오발언에 처참한 심경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보다 못한 경찰이 ‘피의자는 중국동포가 아니다’라고 확인해줘 사태는 일단락됐죠.
새해에는 한국 사회에서 중국동포가 ‘똑같이 존엄한 인간’으로 존중받게 되길 바라요. 귀화자와 중국국적 영주권자 등을 포함해 100만에 가까운 중국동포가 이웃에 있지만, 시민으로서 존재감은 미미하면서도 일상 속 혐오는 만연한 게 현실입니다. 법과 제도가 중국동포를 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모두의 인식 변화가 절실합니다.”
정리=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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