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로 위, 주차장, 물재생센터 등에도 공공주택을 짓는다. 지난 19일 시가 국토교통부와 공동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서 제시한 시내 주택 8만호 추가공급 세부계획의 골자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대신 시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2022년까지 공급물량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26일 중구 세종대로 시청 브리핑룸에서 발표했다. 5대 혁신방안은 △주민편의 및 미래혁신 인프라 조성 △도심형 공공주택 확대로 직주(직장과 주거지) 근접 실현 △도시 공간 재창조 △입주자 유형 다양화 △디자인 혁신 등이다.
시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으로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상부 2만5,000㎡ 부지에 인공대지를 설치해 공공주택 1,000호를 공급하는 안이 나왔다. 교통섬이던 서대문구 연희동 경의선 숲길 끝 4,414㎡부지를 개발해 주택 300호를 공급하는 안도 있다.
시는 중랑ㆍ서남 물재생센터에도 주택을 지어 3,22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시는 당초 2040년 목표로 추진해왔던 계획을 변경해 공급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은평구 증산동 빗물펌프장 상부 5,575㎡ 부지에 300호를 공급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차고지와 주차장에도 집을 짓는다. 시는 강일ㆍ장지 버스차고지(1,430호)와 한강진역 주차장(450호) 등 8곳에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옛 가리봉시장 부지(3,620㎡)에는 주차장 복합건물로 공공주택 220호를 추가한다.
빈 업무용 건물과 호텔은 도심형 공공주택으로 바꿀 계획이다. 시는 종로구 베니키아 호텔(지상18층ㆍ지하3층)을 청년주택(255호)으로, 용산구의 빈 업무용 빌딩을 1인 가구용 공유주책(200호)로 바꾸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유휴부지 활용을 위해 강남구 삼성동의 ‘노른자 땅’인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7,000㎡ㆍ800호)와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 부지(5만2,795㎡ㆍ2,200호)에 공공주택 3,00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 재확인됐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5만8,000㎡)에는 주택 1,300호가 들어선다.
이밖에 이번 대책에는 상업ㆍ준주거 지역 주거비율 확대,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 저층주거지 활성화, 노후 임대단지를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공공주택단지로 재건축하는 등의 계획도 재확인됐다.
당초 시내 유휴부지 활용으로 그린벨트 해제 없이 신규주택 6만2,000호를 공급할 수 있다고 국토교통부를 설득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8만호 추가 공급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 같이 갖가지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대안을 급조하다 보니 부작용과 주민반발 우려도 있다. 물재생센터나 빗물펌프장 위에 주택을 지을 경우 하수 악취 관련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의 공공주택 공급 계획과 강동구 신혼희망타운 건립에 해당 구가 반발하고 집값하락을 우려하는 주민 반발도 있다. 도로 위 주택도 소음, 먼지, 교통체증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물재생센터ㆍ빗물펌프장은 지하화ㆍ현대화와 함께 주택공급을 추진하기 때문에 악취 문제가 크지 않을 것이고, 공공주택은 공공시설과 함께 지역발전을 견인하면서 추진하므로 주민들을 설득해 나아갈 수 있다”며 “한강변에 도로에 붙어있는 주택도 많은데 도로를 덮고 상부에 공공주택을 짓는 것은 안될 이유가 없다. 끝 부분에 나무를 심어 먼지와 소음을 차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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