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남북한 철도 연결 착공식이 열렸다. 남북 철도 연결을 완성하려면 제재 완화를 비롯해 재원 조달, 경제성 확보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사실 철도 연결은 보수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이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대목은 북한도 우리와 비슷한 소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김일성 주석은 이런 말을 남겼다. “철도가 운영되는 것은 인체에 비유하면 혈액이 순환되는 것과 같다. 철도가 운영되어야만 공업과 농업 생산이 보장되고 민주주의 경제건설이 빨리 추진될 수 있으며, 또한 인민생활도 보장될 수 있다.”(조선노동당출판사, ‘김일성 저작집’ 제2권, p.294)
철도 현대화는 북한 정권 대대로 이어져온 숙원 사업이었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철도 현대화가 필수 과제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15년 7월 김종태전기기관차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결정적으로 나라의 철도를 현대화하여야 한다”며 “철도를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현대화하자. 이 사업을 직접 틀어쥐고 밀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철도 현대화는 재원과 기술 부족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철도가 화물수송의 90% 이상, 여객수송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날 김정은 정권에 철도 현대화는 더 미룰 수 없는, 아니 훨씬 이전에 시작했어야 할 과제다. 그들에게 남북 철도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김정은 정권은 몇 년 전부터 고속전철 건설을 희망해 왔고, 이를 위해 당시 관계가 경색된 남측 대신 중국과의 협력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철도 연결 및 현대화 파트너로 우리를 선택했다. 철도 연결을 민족 주권과 연관된 문제로 인식한 듯하다. 남북 정상들은 판문점과 평양 선언에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약속하고 다짐했다. 철도 연결은 남북 협력으로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인 셈이다.
철도 연결은 저성장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도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남북 및 대륙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 간 물류 비용은 약 4분의 1로 줄어들고, 부산-모스크바 기준 운송 거리는 해로보다 약 1만2,000km가 단축된다. 당장 인적, 물적 교류를 크게 활성화시킬 것이다. 중국 등 외국 관광객들이 기차를 이용해 한반도 관광에 나서면 관광대국의 꿈도 성큼 앞당길 수 있다. 도로, 통신, 상하수관 등의 연결이 함께 이뤄져 건설산업뿐만 아니라 주택, 에너지, 산업단지 분야 등 경제 모든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철도를 잇게 되면 산업물류단지를 비롯해 역세권, 도시정비, 주택공급 등의 사업 구상이 필수적으로 따르게 된다. 특히 철도 연결사업은 남북경협특구의 성패와 활성화를 좌우하는 필수불가결한 기반시설이다.
이제는 바야흐로 철도 네트워크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철도 네트워크로 동아시아를 한데 묶으면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의 가교 국가가 되어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 인접국인 중국은 이미 4종4횡 2만5,000km에 달하는 고속철도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남북이 고속철도로 연결되면 동북아는 ‘일일 생활권’에 들어가게 되는 꿈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서울~평양 1시간, 서울~중국 선양 3시간, 서울~베이징은 6시간 안에 갈 수 있다. 남북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고 등 많은 국가와의 물류, 교류, 관광이 연결되면, 이는 동북아 안보와 평화 정착으로 발전해 일방에 의한 적대행위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평화협력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새해에는 철도 연결이 우리 경제와 평화의 새 도약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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