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인이요? 전혀 아니에요. 제가 무슨 예능인이에요.”
[굿바이 2018!]의 두 번째 주인공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외식사업가 겸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은 올 해 화제의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비롯해 올리브 ‘한식대첩-고수외전’, tvN ‘스트리트 푸드파이터’까지 세 편의 음식 예능에 연달아 출연하며 명불허전 2018년 예능 최강자에 등극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본코리아 사옥에서 기자와 만난 백종원은 “예능인이 다 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지난 1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고, 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는 '거리 심폐소생 프로젝트'를 그리며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다양해지는 식당 주인들의 면면과 백종원을 필두로 한 김성주, 조보아의 솔루션 케미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골목식당’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하며 수요일 밤 예능프로그램 최강자로 거듭났다.
‘골목식당’의 흥행에 힘입어 방송가에서는 백종원의 SBS 연예대상 수상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 역시 쟁쟁한 예능인들 사이에서 백종원을 강력한 대상 후보로 꼽으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백종원은 “말도 안 된다”고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되죠. 시청률만 잘 나온다고 (대상 수상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제 입으로 연예인이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돼 버렸지만 연예대상은 연예인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 주는 건데 저는 그런 상을 받을 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백종원은 자신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번에 선을 그었지만, ‘골목식당’ 제작진의 수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전했다.
“도리어 제작진들이 고생을 너무 많이 하니까 뭔가 상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모든 프로그램 제작진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유난히 초기에 비해서 제작진의 생각이 많이 변한 편이거든요. 뭐랄까,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제작진들에게 사명감이 생긴 것이 눈에 보여요. 단순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역할에 이바지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본인들도 ‘골목식당’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서는 정해진 스케줄대로 촬영을 마치기로 유명한데, 편집실은 정말 치열하고 힘들어요. 요즘에는 제작진들이 자진해서 밤을 샐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고요. 연예대상에 무슨 상이 있는 지도 모르겠고, 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만약 상을 받는다면 제작진이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백종원은 ‘골목식당’에서 함께 MC로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조보아, 김성주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빼놓지 않았다.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성주, 조보아 씨와도 너무 잘 맞아요. 특히 김성주 씨는 프로그램 내에서 정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주고 있죠. 그 덕분에 저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고요. 다만 솔루션 등에 있어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 보니 제 분량이 너무 많아졌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미안한 마음이 커요. 제 대상 수상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관심도 없어요. 대신 조보아 씨, 김성주 씨의 역할이 큰 만큼 두 분의 상은 기대해 봐요. 상을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 회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골목식당’에서도 최근 방송됐던 포방터 시장 편의 홍탁집 아들 솔루션은 백종원-홍탁집 아들과의 첨예한 갈등과 드라마틱한 솔루션 과정으로 유난히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백종원은 해당 편 종영 후에도 여전히 홍탁집 아들과 연락을 하며 사후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홍탁집 아들이 사람은 참 좋아요. 이번에 솔루션도 잘 끝났고, 문제점도 잘 고쳐진 것 같아요. 지금도 출근 인증, 닭 삶기 시작할 때의 인증샷, 세팅 인증샷, 장사 끝난 후 정리와 퇴근 보고까지 매일 총 다섯 번 저에게 메시지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저도 해당 메시지에는 늘 ‘수고, 파이팅’ 같은 답장을 보내곤 해요. 누가 지켜보는 가운데 움직인다는 게 위로가 되는 법이거든요. 제 생각엔 홍탁집 아들이 쉽게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봐요.”
유난히 첨예했던 홍탁집 아들과의 갈등은 포방터 시장 편이 화제를 모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드라마틱한 솔루션 과정에 대본설, 이슈가 될만한 출연자들을 끼워넣다는 이야기 등이 불거졌지만, 백종원은 “‘골목식당’에는 대본도, 출연자 끼워 넣기도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대신 백종원은 한층 강력해진 솔루션의 이유로 ‘책임감’을 언급했다.
“사실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식당 사장님들을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아요. 방송을 통해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 지도 모르고, 창피하다는 이유로 꺼리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럼에도 방송에 나오신 분들은 이를 감수하고 출연을 결정하신 거고, 출연을 하면서 대중적으로 욕을 먹으시는 경우도 있는 건데 제가 수박겉핥기 식으로 좋은 면만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건 솔루션뿐인데, 안될 집은 어떻게든 깊게 들어가서 바꿔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회차를 거듭하면서 저 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그런 사명감 때문에 마인드 자체가 바뀌었고요. 또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서 잠시 반짝한 뒤 식어가는 것이 아닌 지속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더욱 진정성 있게 갈 수 밖에 없어요. 저에게도 책임이 생기는 거니까요.”
이 같은 책임감에 백종원이 부담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 그럼에도 현재 백종원이 ‘골목식당’에 열정을 쏟아 붓는 이유는 뭘까.
“‘골목식당’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살도 많이 쪘어요.(웃음) 예전에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운동도 병행하면서 관리를 했는데, 요즘엔 그럴 시간도 없고 스트레스도 크다보니 관리가 안 되더라고요. 항상 출연자들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자죠. 이렇게 프로그램에 모든 걸 쏟아 붓는 건 점주들과 외식업 하시는 분들에게 감정이 이입돼서 인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를 하는 입장에서 많은 점주 분들에게 1:1 솔루션을 해드릴 수 없으니,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초심을 잃은 점주 분들이 보고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올인하는 것도 크고요. 이외에도 외식업을 꿈꾸시는 분들이 보고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어떤 분들은 저한테 ‘사업은 신경 안 쓰고 방송 한다’고 하시기도 하는데, 이게 제가 원래 하던 일들이니까요. 저는 하던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죠.”
SBS ‘진짜 한국의 맛’ 이후 8년 째 다양한 음식 예능을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는 백종원은 “방송에서 소개한 식당을 찾아가서 맛을 직접 판단해 보고, 그 과정을 즐기는 자체가 또 하나의 문화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 자신의 방송 출연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점을 전했다.
“제가 음식 관련 방송을 하는 이유는 그 방송에서 보여지는 정보 전달이나 행위 등이 외식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러한 도움이 소비자 분들에게 음식을 만들고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요식업이 참 어려운데,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좋지 않을까 싶었죠.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을 너무 잘 해서 응원하면서 보다 보니 어느새 우리나라가 피겨 강국이 된 것처럼, 제가 쿡방에 나가서 음식을 만드는 분들에 대한 다양한 면을 보여드림으로써 이해도가 높아지면 국내 외식문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외식업자와 소비자 간의 간극을 줄이는 게 목표죠. ‘왜 방송하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외식사업자 입장에서는 외식 문화가 잘 돼서 파이가 커지는 게 도움이 되니까요. 방송을 통해서 외식업의 파이가 넓어지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방송을 하는 거죠.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외식업과 관련이 있는 프로그램은 출연하겠지만, 이외의 방송 활동은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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