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오빠’ 문경은(47) 서울 SK 감독과 이상민(46) 서울 삼성 감독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코트에 섰다.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벤치에서 그 동안 지략 싸움을 했지만 이날은 특별히 농구공을 직접 잡고 3점슛 대결까지 펼쳤다.
모처럼 승부욕을 발동한 오빠들의 3점슛 승부는 현역 시절 ‘람보 슈터’로 명성을 떨친 문 감독의 승리였다. 문 감독은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8~19 SKT 5GX 프로농구 S-더비(삼성과 SK의 서울 라이벌전) 하프타임 3점슛 대결에서 11점을 기록, 4점에 그친 이 감독을 여유 있게 제압했다.
아무리 이벤트 대결이라고 하지만 부담감이 큰 쪽은 문 감독이었다. 문 감독은 이날 경기 전 “30년 동안 슈터로 뛴 데다가, 홈 경기라서 이겨야 본전”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 역시 “저 쪽(문 감독)은 연습 좀 했을 것”이라며 “난 져도 본전이라서 부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뚜껑을 연 결과,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문 감독의 말대로 슈팅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먼저 3개의 장소에서 5개씩 총 15개의 3점슛(성공 시 1점, 각 지역 마지막 컬러볼은 2점)을 던진 이 감독은 컬러볼 1개 포함 단 3개 만을 적중시켜 4점에 그친 반면 문 감독은 처음부터 연달아 5개를 꽂아 단숨에 6점을 획득했다. 이후 10개 가운데 5개를 더 보태 승리를 자축하며 자신을 응원한 11명의 팬에게 농구화를 전달했다.
3점슛 대결은 패했지만 실속은 이 감독이 챙겼다. 이 감독의 삼성이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문 감독의 SK를 106-93으로 이겼다. 최하위 삼성은 7승20패로 6연패에 빠진 9위 SK(9승17패)와 격차를 2.5경기로 줄였다.
원주 DB는 홈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전주 KCC를 84-81로 따돌리고 이날 은퇴식을 치르는 구단 레전드 김주성(39)에게 승리 선물을 안겼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유니폼을 벗은 김주성은 미국 얼바인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던 중 은퇴식 일정으로 일시 귀국했다.
그는 16년 프로 생활 동안 1만 득점-1,000 블록슛을 달성하고 남자 농구 선수 중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2개 목에 건 한국 농구의 전설이다. 오랜 만에 원주종합체육관을 찾은 선배 앞에서 4연승을 달린 DB(13승14패)는 6위였던 KCC(12승14패)를 7위로 밀어내고 6위에 자리했다.
안양에서는 안양 KGC인삼공사가 부산 KT에 110-83 완승을 거뒀다. 레이션 테리가 45점 9리바운드로 펄펄 날았고, KT에서 지난달 트레이드로 KGC인삼공사에 새 둥지를 튼 박지훈은 14점 3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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