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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홀로 성탄 전야’ 트윗 난사… WP “분노한 리어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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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홀로 성탄 전야’ 트윗 난사… WP “분노한 리어왕 같다”

입력
2018.12.25 18:06
수정
2018.12.26 00:07
4면
0 0

증시 폭락ㆍ셧다운 등에 분통 “연준, 점수 못 내는 골퍼” “민주당 미쳤다!”… 자제력 잃은 모습에 국정 혼란

성탄 전야인 24일 오전 트윗 폭풍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성탄절과 관련해 어린이들과 통화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성탄 전야인 24일 오전 트윗 폭풍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성탄절과 관련해 어린이들과 통화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성탄 전야 백악관에 ‘홀로 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팎의 적수들을 향해 분노의 트윗을 폭풍처럼 쏟아냈다. 국경 장벽 예산을 둘러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업무정지), 시리아 철군, 증시 침체 등 각종 논란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제력을 잃은듯한 모습을 보여 국정 혼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국 증시도 성탄 전야 사상 최악의 폭락을 기록해 금융시장마저 짙은 먹구름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전 4시간에 걸쳐 10건의 트윗을 잇따라 올리며 최근 현안과 관련한 불만을 전방위로 난사했다. 민주당에서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저격하면서 인신 공격과조롱, 해명, 자화자찬과 한탄이 뒤섞인 감정 상태를 보였다.

국경 장벽 예산 문제로 충돌 중인 민주당에 대한 비난으로 ‘트윗 포문’을 연 그는 이어 시리아 철군 및 동맹문제로 결별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브렛 맥거트 이슬람국가(IS) 격퇴담당 특사 및 그들을 두둔한 공화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전날 매티스 장관의 사퇴 서한에 격분해 조기 교체를 결정했지만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최대 치적의 하나로 자랑해왔던 증시가 연일 급락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돋운 대목이었다. 최근 제롬 파월연준 의장해임설이 불거져 시장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우리 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연준”이라며 “그들은 시장에 대한 감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연준은 점수를 낼 줄 모르는, 힘만 센 골퍼 같다”며 “터치 감각이 없어 퍼팅을 할 줄 모른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도중 “미국은 다시 존중받고 있다!”고 자찬하다가, 셧다운 사태와 관련해선 “나는 민주당이 돌아와 절박하게 필요한 국경 보안에 대해 합의하기를 기다리며 백악관에 완전히 홀로(불쌍한 나)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합의를 원치 않는 민주당으로 인해 언젠가 우리 나라는 국경 장벽 이상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미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롤러코스터식 트윗 난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성향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조여오는 각종 수사에다 현안마다 논란은 커져 우군(友軍)은 줄어드는데다, 증시마저 추락해 그의 고립감과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지난 주말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로 떠나 연말연시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셧다운 사태로 백악관에 머물러왔다. 플로리다로 떠났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이날 오후 백악관으로 돌아오긴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3일째 백악관에서 홀로 지낸 터였다. 저술가인 피터 웨너는 워싱턴포스트(WP)에 “바람에 대고 미친 듯이 분노를 터트리는 리어왕 같다”고 말했다. WP는“사면초가에 처한 지휘관처럼 행동하고 있다”고도 빗댔다.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서 미국 증시의 하락도 브레이크를 잃은 모습이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653.17포인트(2.91%) 떨어졌고, 스탠더드푸어스(S&P)500지수는 2.71%, 나스닥지수는 2.21% 급락했다. 성탄 전야 증시는 통상 ‘산타 훈풍’이 불지만 올해는 대공항 직전인 1918년 12월 24일 때보다 더 급락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S&P 지수는 이달 들어 14.8%나 떨어져 1931년 대공항 때의 12월 하락률(14.5%)도 넘어섰다.

이날 급락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6대 은행 최고경영자와 통화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대통령 워킹그룹’을 소집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투자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행보가 오히려 시장에선 은행 건전성까지 우려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져 자충수가 된 것이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며 “주식 시장은 급락하고 있고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자른 뒤 연준과 사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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