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간공원 우선협상자 변경 파문’ 숨은 진실은…
지난 19일 광주시와 지역 건설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파문. 당시 시가 제안서를 낸 업체들의 사업수행능력 등을 점수화하는 계량평가 과정에서 부실 평가가 있었다면서 중앙근린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를 금호산업㈜에서 ㈜호반건설로 바꾼 것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썩은 살을 도려내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며 책임자에 대한 일벌백계를 주문하는 등 파장은 컸다. “행정의 전례가 없는 황당한 일”, “이게 말이 되냐”는 등 탈락 업체와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시는 ‘그게 뭐가 문제냐’며 행정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시가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꾼 배경을 놓고 시청과 업계 안팎에선 ‘부실 평가 바로잡기’라는 일반 해석 외에 ‘호반건설 밀어주기’ 등 여러 말들이 돌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광주시의 한 간부는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에 대해 묻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더니 이내 “잘 못된 것을 바로잡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불공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감사위원회가 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감사를 했고, 그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시가 그간 줄곧 되뇌던 말과 다르지 않았다.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은 뒤늦게나마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다른 측면을 주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의 부실 평가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과정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시가 제안요청서 규정을 무시하고 호반건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인 뒤 감사까지 벌여 결국 호반건설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꾼 건 누가 봐도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정종제 행정부시장이 호반건설의 이의제기 직후인 지난달 15일 감사를 지시하자 시청 안팎에선 “우선협상대상자를 호반건설로 바꾸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또 호반건설 계열사 간부가 정 행정부시장을 찾아가 사전 유출된 평가 결과 보고서 문건을 들이대며 불공정 의혹을 제기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감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규정상 심사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만큼 탈락 업체가 이의제기를 해도 그냥 문제 없다고 처리하면 되는데”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파문의 발단을 놓고 호반건설 밀어주기였다는 세간의 의혹만 키운 셈인데, 여기에 정 행정부시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 것도 수상쩍다.
감사위원회가 감사결과 지적 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제안심사위원회 평가회에서 호반건설 밀어주기를 유도했다는 의심도 불거지고 있다. 최초 평가 과정에서 제안서 등에 업체명을 표기했다가 감점(2점)을 받았던 금호산업에 대해 감사 결과 업체명 표기(12개)가 추가로 발견된 ‘횟수’만큼 감점을 더 줘서 금호산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한 제안심사위원은 “감사위가 평가회 당시 특정업체를 지목해 15점을 추가 감점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할 때 흔히들 말하는 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제안심사위원은 이어 “당시 시가 책임질 테니 업체명 표기와 관련해 추가 감점 부여 결정 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했는데, 광주시가 처음부터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에 따른)소송을 염두에 두고 누군가를 희생양을 삼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시는 제안심사위의 위임을 받아 금호산업에 추가 감점(3점)을 줬다. 이 때문에 당초 총점에서 호반건설에 0.7점 앞섰던 금호산업은 호반건설에 뒤져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빼앗겼다.
이런 호반건설 밀어주기라는 해석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좀더 직설적이다. 당장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게 된 금호산업은 “호반(건설)이 광주시를 흔들었다”고 격하게 반응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최근 정 행정부시장을 만나 제안서 재평가 과정에서 시가 당사자를 배제하고 평가를 진행하는 등 절차적 문제점 등을 지적했더니, 정 부시장이 행정 절차대로 이행했다면서 필요하다면 업체에서 판단해 법적 소송 등을 진행하라고 하더라”며 “이는 결국 시가 시민들의 공공복리를 위해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내부의 다른 의도가 있는 듯한 그런 행위, 즉 특정업체 밀어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업체명 표기 실수로 이미 감점을 받은 사안에 대해 시가 뒤늦게 ‘표기 횟수’를 내세워 추가 감점하는 것은 객관적 기준도 없는 불합리한 결정인 데다, 점수 적용 오류에 대한 귀책사유도 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흥미로운 얘기를 전했다. “지난 9월 제안서 접수 마감 후 업계일각에선 ‘금호산업의 제안서에 하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광주시의 이번 조치를 보면 호반건설이 상대방의 패를 보고 이의제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광주시는 호반건설의 이의제기 내용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두고 봐라. “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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